'개천에서 용나기' 이건희 프로젝트 결실
삼성그룹이 저소득층 중학생들의 방과후 학습을 돕기 위해 2012년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클래스’ 출신의 첫 대학 입학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정은진 씨(19·사진)로, 올해 대전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에 입학했다.

중앙대 교정에서 만난 정씨는 “2012년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접한 삼성 드림클래스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그 일이 제 삶을 바꿔놨다”고 했다. 그는 “중1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비디오 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서 어린 마음에 돈 때문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며 “드림클래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은 돈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매주 드림클래스에서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 영어, 수학 지도를 받으며 스스로 학습법을 익힌 것이 과학고 진학은 물론 고교 내신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 드림클래스는 저소득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강사가 방과후 주 2회 영어와 수학 학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1년 초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게 직접적인 도입 계기가 됐다. 삼성은 이듬해 드림클래스를 만들었다. 가난이 교육 기회를 앗아가는 것을 막고,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드림클래스와의 인연을 고교 진학 후에도 이어갔다. 그는 “드림클래스 우수 참여자로 선정돼 고교 학비를 삼성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해결했다”며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도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상담하며 힘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다. 주말이면 과목당 60여만원짜리 과외를 4~5개씩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위축되곤 했다. 그때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되뇌었고 좋은 소식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4년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에 합격한 데 이어 그의 아버지도 새 일터를 찾았다.

대학 합격 후 정씨가 가장 먼저 세운 계획은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신청이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하고 상실감도 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인 정씨는 “드림클래스에서 배운 대로 ‘하면 된다’는 용기를 갖고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