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도 '월세가 대세'…잠실 리센츠 21건 중 9건이 '半전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을 걸어 다닐 수 있고 단지 내에 초·중·고교가 있어 자녀를 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9가구가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거래됐다. 같은 달 순수 전세 거래량이 12건인 것을 감안하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42.8%에 달한다. 임대차 거래 10건 중 4건이 월세 거래인 것이다. 리센츠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전세시세가 2년 전보다 2억원가량 뛴 7억원에 달하면서 재계약 시기를 맞은 세입자들이 보증금 4억~5억원에 월세 60만~80만원을 내는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과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늘면서 전세 중심이었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임대시장까지 빠르게 월세로 바뀌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 낮아져

강남 3구 아파트의 월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집주인들이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 때 강남 3구 아파트 매수자 상당수는 금융권 대출을 받은 뒤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을 대출금 상환에 활용했다. 연간 집값 상승률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았던 만큼 집주인은 전세로 집을 내놓더라도 손해 볼 게 없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에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짐에 따라 집주인들의 투자 전략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전세 대신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높은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의 월세 주택 매물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2011년 8183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4만3485건)의 18.8%에 그쳤던 강남 3구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2013년(24.3%) 20%를 돌파한 뒤 지난달에는 34.1%까지 껑충 뛰었다.

◆월세 거래 비중 4년 새 2배로

월세 전환에 따른 높은 주거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 거주 희망 수요가 꾸준한 만큼 앞으로도 월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승한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남 3구 3.3㎡당 아파트 전셋값은 2500만원 수준으로 1300만원가량인 다른 22개 자치구 전셋값의 2배에 달해 59㎡ 아파트라면 3억원 이상이 더 비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달 강남 3구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전월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겨울방학을 맞은 학군 수요 때문”이라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 등으로 임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강남 3구 월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월세 공급 물량 증가로 전·월세 전환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점도 강남 3구의 월세 거래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평균 전·월세 전환율은 연 7.1%로 작년 1분기 연 7.7%에서 크게 낮아졌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월세 매물이 급증한 잠실 등 강남 3구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전·월세 전환율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연 3~4%까지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