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오는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브레히트의 희곡이 한국의 판소리를 만나면 어떻게 융합될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브레히트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 창극으로 만든다
재일동포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인 정의신 씨(58·사진)는 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이하 백묵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백묵원’은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동명 희곡을 창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정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정씨는 안호상 국립극장장으로부터 창극을 연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그는 “판소리에는 사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인으로서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영화 ‘서편제’(1993)의 주연 배우 오정해의 소리였다. 그는 “영화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당시 한국에 왔다가 오씨와 노래방에 갔다”며 “오씨의 노래를 듣고 감성을 흔드는 뭔가가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백묵원’은 조지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두 여인의 양육권 다툼을 그렸다. 전쟁 통에 자식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이의 유산 때문에 그를 다시 찾으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버려진 아이를 정성껏 키운 하녀 그루셰 간 양육권 재판을 통해 모성애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번 작품이 집단극의 형식이란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며 여러 명이 나오는 신을 유심히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500석 해오름극장의 객석은 비우고 대신 무대 위에 객석과 무대 세트를 가설로 세운다. 그는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해서”라며 “‘백묵원’(하얀 동그라미)이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하얀 원 안에 여러 가지 의미를 판소리로 펼쳐 보이려 한다”고 전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