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해학 넘치는 전성태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 출간
누구나 겪었을, 누구나 겪고 있을 법한 일을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문체로 현실감 있게 그려온 소설가 전성태 씨가 등단 20년을 맞아 새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창비)을 내놓았다.

소설집에 실린 12편의 작품은 인생의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죽여 살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배웅’, 중공군과 인민군 병사들이 묻힌 적군 묘지를 돌보는 늙은 상점 주인이자 퇴역 군인의 노래 ‘성묘’, 북한에 납치됐다 돌아온 어부들과 실향민의 이야기인 ‘망향의 집’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새터민이 정착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폐품 더미에서 북한 신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당황스럽다가도 웃음이 터진다. “로, 동, 신, 문… 로동신문? 어디 조합 신문인가?”(‘로동신문’ 중) 또 다른 작품인 ‘밥그릇’을 읽으면 전국을 떠도는 골동품 수집상들을 골탕먹이는 촌로의 능청스러움에 빙그레 웃음 짓게 된다.

책의 맨 앞에 실린 ‘소풍’과 마지막 작품인 ‘이야기를 돌려드리다’는 자전적 요소가 담긴 작품으로, 부모 세대의 치매를 다뤘다. 슬픈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은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