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삼성전자, 6년 만에 임금동결
미국 애플과 중국 샤오미 등의 협공으로 지난해 매출이 줄고 실적(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성전자가 올해 임직원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임금 동결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임금 동결은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 다른 대기업의 임금 협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경쟁국보다 높아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6일 “사측과 사원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가 올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며 “이날 임직원에게 이 사실을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초 실적 악화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결의한 임원에 이어 직원(사원~부장급)까지 임금을 동결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매년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임직원 연봉을 인상했다. 통상 매년 2월 말 임직원에게 연봉을 통보하고 3월에 최종 확정된 연봉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임금 동결 결정은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적용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매출이 줄고 실적이 악화되는 등 역성장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호황에 힘입어 2013년 36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이 25조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경영 여건도 간단치 않다. 애플 아이폰6가 돌풍을 일으키고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후발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어 삼성의 절대 경쟁력 확보가 힘들고 경영 환경도 낙관하기 어렵다”며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내부 경쟁력부터 확고히 하자는 취지로 노사가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