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등 의약품용 효소를 만드는 바이오 벤처기업 아미코젠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주당 120원 배당을 의결했다. 2013년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지 1년여 만이다.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는 “바이오 사업을 하면서 현금 배당을 할 여력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밑 빠진 독처럼 투자자들로부터 돈만 끌어간다는 비판을 받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현금을 배당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함께 바이오기술(BT) 분야에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00년 이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아미코젠 등 8개 바이오 벤처기업이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바이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바이오 기업들은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영업이익률도 높아 코스닥시장을 끌어올리는 핵심으로 부상했다.

보톨리눔 톡신 제제(보톡스)를 만드는 메디톡스는 주당 10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주당 500원을 배당한 데 이어 4개월 만의 현금 배당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주당 300원을 시작으로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의약품이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생물 소재 원료를 만드는 바이오랜드는 올해 주당 250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주사제용 항생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하이텍팜(250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을 선보인 쎌바이오텍(150원), 바이오 시약 등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개발한 서린바이오(130원), 뼈 이식재 등을 생산하는 한스바이오메드(100원), 동물 약품을 생산하는 중앙백신(50원)도 현금을 배당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현금 배당을 늘리는 것은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3.9% 급증(758억원)했다. 영업이익은 198.1%가 뛴 499억원이다. 세계 보톡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앨러간과 신제형 보톨리눔 톡신 제제 기술이전 등 계약으로 현금이 대규모로 들어왔다.

쎌바이오텍은 2013년보다 29% 늘어난 407억원의 매출을 지난해 올렸다. 영업이익은 37.4% 늘어난 129억원이었다.

아미코젠도 18% 증가한 273억원의 매출을 지난해 올렸다. 영업이익은 9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이어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바이오랜드는 매출 767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내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바이오 벤처기업이 쌓아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풍부하다. 지난해 9월 기준 바이오랜드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199억원이다. 아미코젠 120억원, 쎌바이오텍 85억원, 중앙백신 45억원 등 대부분이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주춤한 하이텍팜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자산 303억원으로 배당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배당만으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103만여주(지분율 18.35%)를 가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올해 배당으로 10억원가량 현금을 손에 쥔다.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222만여주),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166만여주),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181만여주) 등도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오랜 기간 투자를 하다 보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보유 주식을 팔 수 없는 이들에게 현금 배당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