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키스톤 콤비, '낙오병들의 기적' 이끈다
‘베트콩’ 김인식(62)과 ‘여우’ 김재박(61). 1980년대 MBC청룡(LG 트윈스 전신)의 ‘키스톤 콤비(2루수와 유격수)’가 한국의 두 번째 독립야구단을 이끈다.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가 해체된 지 6개월 만이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기업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은 24일 “호서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야구학과와 손잡고 한국야구아카데미와 한국코칭능력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독립구단 미라클(가칭)을 창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타격왕 마해영도 합류

미라클 구단은 고양원더스처럼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조기 은퇴의 서러움을 맛봐야 했던 야구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20여명의 선수가 지원했다. 미라클은 다음달 20일 경기 연천의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 창단식을 연다. 초기에는 한화 이글스 3군이나 대학야구연맹 소속팀, 서울, 경기 고교야구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기량을 쌓을 계획이다.

사령탑은 MBC청룡에서 7시즌 동안 활약했던 김인식 전 LG트윈스 2군 감독이 맡는다. 선수 시절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며 LG트윈스 코치도 함께했던 김재박 전 LG 감독도 명예외래교수로서 코치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과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김일훈, 최연오 등도 코치로 뛴다.

김인식 감독은 “늦게 잠재력을 꽃피우는 선수도 많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급여가 부족하긴 하지만 박정근 ISG 대표의 취지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재박 감독과 선수 때부터 호흡을 맞춘 만큼 함께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원기업 나오면 구단 명칭 변경

ISG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고양원더스가 3시즌 동안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재정난과 기존 프로야구단의 텃세 등으로 결국 지난해 9월 해체를 선언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독립구단 창단과 독립리그 출범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호서대 스포츠과학대학원 교수와 ISG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박 대표도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는 “후원금 2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스폰서를 모집하고 있다”며 “ISG 미라클이라는 구단 이름을 사용하다 후원 기업이 나타나면 구단주 자리와 팀 명칭을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서대 대학원 야구학과 소속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훈련을 돕고, 의과대 교수들이 의료 지원을 하는 등 각계각층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며 “구단이 순항하면 연천군의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알선과 인성교육도

미라클 선수들은 낮에는 훈련에 매진한 뒤 저녁 시간에는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박 대표는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 중고교 야구팀에선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며 “꼭 프로선수가 아니라 유소년 지도자, 코칭스태프 등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도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서대 대학원은 선수들에게 야구업계로의 취업도 중개할 계획이다.

미라클 구단은 1기에서 30여명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2~3기 때 200여명까지 정원을 늘리는 게 목표다. 선수들에게는 최소한의 훈련비(70만원)를 받을 예정이다. 프로 진입에 근접한 선수는 장학생으로 선발해 훈련비를 면제한다. 향후 스폰서가 생기면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갈 방침이다. 박 대표는 “현재 800여명의 야구선수가 뚜렷한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