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비용만 800억원…수표교 '청계천 복원' 논란
조선 초기 건설된 서울시 유형문화재 수표교(사진) 이전을 놓고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청계천 재복원 계획에 따라 수표교를 원래 있던 청계천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전 시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장충단공원에 있는 수표교를 원위치인 청계2가로 복원한다는 것이 시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이전 시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오는 26일 열리는 시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전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조선 세종(1420년) 때 청계천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지어진 돌다리인 수표교(水標橋)는 조선시대의 토목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가 높아 서울유형문화재 18호로 지정됐다.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 당시 철거돼 잠시 홍제동으로 이전됐다가 1965년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청계2가에는 수표교 모양을 본뜬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뤄진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생태·역사적 관점이 결여됐다”며 청계천 재복원을 선언했다. 이후 서울시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계천시민위원회는 수표교를 청계천 역사 복원의 상징으로 결정하고, 2020년까지 청계2가에 원형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2013년 12월 세웠다.

현 수표교를 청계2가로 이전할 경우 교각 등을 일일이 해체한 뒤 옮겨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표교를 원래 위치인 청계2가로 이전하기 위한 기술용역을 진행한 결과 교각의 노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에 초음파 등을 통과시켜 결함 정도를 판단하는 비파괴 검사를 한 결과 2005년에 비해 교각 상태가 절반가량 나빠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수표교 기술용역을 진행한 업체 관계자는 “현 상태도 좋지 않은데 해체 복원해 가져올 경우 또 다른 훼손이 우려되고 외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표교 이전에 따른 대규모 공사와 장교구역 12지구 등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 등으로 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시의 고민거리다.

청계천시민위원회는 청계천 역사 복원의 상징인 수표교 중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전 결정을 26일 열리는 시 문화재위원회로 넘겼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