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분의 1초' 관측 성공
원자들이 만나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진행되는 화학결합을 거쳐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이효철 그룹리더(KAIST 화학과 교수·사진)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라는 특수 광원을 이용해 ‘금 삼합체(gold trimer)’ 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을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원자 간 결합을 관측하기 위해 펨토초 엑스선 펄스라는 특수 광원과 평소에는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레이저(빛)를 쏘아주면 반응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 금 삼합체라는 화합물을 이용했다.

원자의 지름은 1옹스트롬(1억분의 1㎝)이고 화학결합 순간은 1조분의 1초 정도다. 원자 간 화학반응을 감지하려면 빛의 파장이 원자 수준으로 짧아야 하고 빛의 시간과 길이는 원자 간 결합 순간보다 짧아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광원이 펨토초 엑스선 펄스다.

연구진은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으로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와 함께 측정했고, 이 방법을 이용해 금 삼합체 내부의 금 원자들 사이에서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 교수팀은 2005년에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밝힌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로 화학결합의 시작과 끝을 모두 규명하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단백질의 탄생 순간과 단계별 구조 변화를 밝히는 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