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 인터넷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택시 호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디디다처(滴滴打車)가 조만간 합병해 시장점유율 99%의 독점 기업이 탄생한다는 내용이었다. 합병 기업의 가치는 6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들이 놀란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각각 중국 인터넷 업계 공룡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이다.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합병은 사실상 알리바바와 텐센트 간의 전략적 제휴나 마찬가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그동안 중국 인터넷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때문에 중국 인터넷 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오월동주(吳越同舟)’에 비유했다.
중 알리바바-텐센트, 택시앱 '오월동주'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99% 기업 탄생

15일 신화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14일 두 회사가 조만간 합병할 것이라고 각각 발표했다. 양측은 합병 이후에도 공동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독자 운영되며, 택시호출 앱 서비스 브랜드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2012년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에 지분을 투자하고 나서부터다. 이후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장착했고, 디디다처는 텐센트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 텐페이와 연동했다. 따라서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 간 경쟁은 온라인 결제 시장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간의 ‘대리전’ 성격을 띠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온라인 결제(PC+모바일) 시장 규모는 1404억위안(약 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5% 성장했다. 이 중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2억6000만위안으로 1년 새 134% 커졌다. 이처럼 고속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결제 시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로선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中인터넷 최대 라이벌의 전략적 제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바이두와 더불어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것)’로 불리며 중국 인터넷 시장을 주도해왔다. 두 회사의 출발점은 완전히 달랐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가, 선전에 본사가 있는 텐센트는 게임과 메신저(QQ, 위챗)가 주력 사업이었다. 2013년께부터 두 회사 간 영역 파괴 전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텐센트가 중국 내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과 제휴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자 알리바바는 스마트폰 메신저 라이왕을 출시, 텐센트가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민영은행 사업자로도 나란히 선정돼 조만간 은행업에서도 한판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택시 호출 앱 시장에서 손을 잡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신화통신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온라인 보험회사 중안보험과 콘텐츠 제작업체 화이숑디 등에 공동 투자한 적이 있지만 두 회사가 손을 잡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평가했다.

○우버 中시장 진출에 공동대처 포석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 간 합병 결정을 내린 것은 택시앱 시장의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지난해 초부터 택시앱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 10억달러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택시앱을 이용하는 승객에게는 요금을 할인해주고, 택시 기사에게는 인센티브를 나눠주는 식이었다.

이 결과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6.5%, 43.3%(2014년 4분기 기준)로 시장을 양분했다. WSJ는 “택시 호출 앱은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알리바바와 텐센트 입장에선 ‘출혈경쟁’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손을 잡게 된 데는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가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