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신사역 일대 등 서울 시내 이른바 ‘뜨는 상권’ 점포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소규모 점포들은 밀려나고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대형 의류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홍대 앞 거리. 한경DB
홍익대, 신사역 일대 등 서울 시내 이른바 ‘뜨는 상권’ 점포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소규모 점포들은 밀려나고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대형 의류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홍대 앞 거리. 한경DB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맞은편에 ‘외계소년 호야’라는 술집이 있었다. 테이크아웃 맥주를 1500원에 팔고, 5000~2만원 사이의 저렴한 안주와 주류를 내놔 인기가 높았다. 이곳은 지난해 11월께 문을 닫았다. 이 가게의 단골이었다는 직장인 소혜정 씨(28)는 “월 임대료가 종전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서울 핵심 상권 임대료

이태원 3층 상가 4년 전 월세 50만원…지금은 400만원
홍익대 가로수길 종각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종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임대료가 비싼 곳이 잇따라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홍대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11만8800원이다. 전 분기(10만1310원)보다 17.2% 올랐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서교동 카페거리, 상수동, 연남동, 합정동, 동교동까지 상권이 확장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이태원 권역 평균 임대료가 14.1%, 신사역 일대는 3.3%, 건대입구 상권은 평균 15.9% 올랐다.

이곳들은 요즘 뜨는 상권이다. 임대료가 급등하고 상권 팽창 속도가 빠른 만큼 기존 점포와 새 점포의 손바뀜도 활발하다.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은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식음료 업종과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주로 자리잡았다. 기존 소규모 가게는 이면 도로나 인근 지역으로 옮겨갔다. 홍대의 경우 기존 영세 상인들이 대안으로 정착한 곳은 연남동 상수동 동교동 등이다. 이태원은 경리단길 꼼데가르송길 장진우골목 등이, 가로수길은 세로수길 등이 대안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체 상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임대료가 뛰고 있다. 연남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33㎡ 규모의 1층 점포가 홍대에서는 보증금 5000만~7000만원에 월세 250만~300만원 정도지만, 연남동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30만~150만원 선”이라며 “이 역시 2~3년 전보다 2배가량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상권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입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색있는 동네가 입소문을 타며 사람들이 모이면, 임대료가 2~3배 뛰는 것이다. 해당 상권의 개성을 만들었던 기존 가게는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옮긴다.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이 들어온다.

○자연스러운 손바뀜 vs 균형도 필요

인기 상권의 임대료가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시장경제에서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원리를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이태원 꼼데가르송길에 3층 상가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 B씨는 최근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을 끝내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는 “4년 전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20만~50만원 수준이던 게 최근에는 보증금 1억~2억원에 월 임대료 350만~400만원으로 뛰었다”며 계약 기간 동안에 인근 점포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아 손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이 끝나면 대형 브랜드 매장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 입장에선 법인 프랜차이즈 매장을 세입자로 받는 게 수익성이 높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건물주는 개인 세입자보다 법인 세입자를 관리하는 게 편하다”며 “법인은 월 임대료가 밀리는 일이 적고 장기적으로 건물 인지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상권 전체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소장은 “최근 현상은 상권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라면서도 “여러 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개성있는 소규모 가게와 대형 점포가 균형을 이뤄야 상권의 수명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