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따라 아내도 창업…벤처업계 夫唱婦隨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유행어를 낳은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 운영회사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서비스명은 물론 사명까지 독특해 높은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쾌한 회사 분위기를 중시하는 김봉진 대표의 경영철학 덕분이다. 잘나가는 형제들에 도전장을 낸 기업이 있다. 육아맘(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진짜 우아함이 뭔지 알려주겠다”며 창업한 ‘우아한언니들’이다. 우아한언니들의 큰언니는 김 대표의 부인 설보미 씨다. 스타트업계에 부창부수(夫唱婦隨) 바람이 불고 있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남편을 따라 창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부부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부부입니까”

설씨는 육아맘들의 정보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수다마마’를 만든 우아한언니들의 창업자다. 그는 현대카드 등 대형 웹사이트 운영을 맡았던 디자이너다. 가구 사업으로 한 번 망했던 남편이 다시 배달 앱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적극 지지해준 것도 그였다. 디자이너로서 쌓았던 노하우를 전수한 것은 물론, 배달업체 전화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전단을 주우러 다닐 때도 함께했다.

설씨의 내조 덕에 빨리 자리를 잡은 김 대표와 우아한형제들이 이번엔 ‘외조’에 나섰다. 설씨가 세운 우아한언니들을 돕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일부를 빌려줬고, 앱 개발 및 영업 노하우도 전수했다.

형제들의 도움을 받은 언니들은 최근엔 경쟁 회사였던 베이비프렌즈와 합병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호 발전 위한 자극제

다이어트 앱 눔을 서비스하는 눔코리아의 이혜민 대표는 지난해 9월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와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업계 최대의 인수합병(M&A)’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중학교 2학년 때 짝꿍으로 처음 만난 둘은 6년 전 SNS를 통해 재회했다. 여덟 번의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황 대표의 적극성에 이 대표가 반했다는 후문이다.

남자친구의 열정에 자극받은 이 대표는 2011년 화장품 유통 스타트업 글로시박스에 이어 2012년엔 유아용품 쇼핑몰 베베엔코를 창업했다.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대주인 눔이 한국지사를 세우면서 눔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24시간 同床同夢

아예 부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동영상 자막 서비스 ‘비키’를 창업해 일본 라쿠텐에 2000억원을 받고 매각한 호창성 문지원 부부다. 대박 성공으로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부부의 기업가 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취향 공유 SNS인 ‘빙글’과 스타트업 보육기관인 ‘더벤처스’를 설립해 공동대표가 됐다. 문 대표는 “부부가 같이 기업을 경영하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나는 제품·마케팅에 집중하고, 재무와 기술 쪽은 남편이 챙긴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