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30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이 연간 환산 기준 2.6%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IB) 등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3.0~3.2%보다 낮은 수치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GDP 증가율은 2003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5.0%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GDP 증가율은 4.6%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의 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오른 2.4%로 잠정 집계됐다.

상무부는 “개인 소비지출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GDP가 증가했지만 수입이 증가한 데다 기업 투자와 연방정부 지출이 감소하면서 GDP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개인 소비지출은 전 분기 3.2%보다 높은 4.3%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지난해 4분기 기업투자 증가율은 전 분기 8.9% 대비 큰 폭으로 낮아진 1.9%에 그쳤다. 이 때문에 분기별 GDP에 대해 기업투자가 기여하는 비중은 2013년 2분기 이후 지난해 4분기에 가장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개인들의 소비가 활발했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배경으로 국제유가 급락을 꼽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1분기에도 개인들의 소비에 비해 기업들의 부진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돈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에도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6월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후반기 이후 또는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일부 투자은행(IB)의 시각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베스 앤 보비노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9일 코참(주미한국상공회의소)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Fed는 주택시장의 강한 회복세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