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왼쪽 세 번째)이 2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포럼 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황찬현 감사원장(왼쪽 세 번째)이 2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포럼 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황찬현 감사원장은 2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사후 정책 검증보다는 사전 모니터링을 해 문제를 예방하는 감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또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회원들은 감사원 기능 재편, 감사 성과주의 철폐 등을 주문했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황찬현 "공무원 소신껏 일하도록 절차 지키고 私益추구 없으면 면책"
▶박오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감사원은 공무원들에게 저승사자라는 얘기를 듣는다. 저승사자가 수호천사로 바뀔 수 있도록 포용력이 필요하다.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자율성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공무원과 기업의 운신 폭이 넓어진다. 정책감사와 관련해 논란도 많다. 정치감사인지 정책감사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감사원은 룰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룰을 지키는 건 당연하지만, 룰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창의성 저해와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 결과 국민편익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 합법성보다는 성과 달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저가 낙찰제가 대표적이다. 최저낙찰제가 부정부패 방지에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 제도가 국고 낭비를 초래한다. 가격 때문에 새로운 시설공사나 기계설치 기법을 도입할 수 없게 된다. 싼 게 비지떡이 될 수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그런 지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감사의 속성상 (공무원들의) 위축이 없을 수는 없다. 감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정책감사와 관련해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내부 정책을 변경했다.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을 평소에 모니터링했다면 사전에 문제점을 짚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정부부처를 사전에 지켜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깊이 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T자 감사’라고 부른다. 최저낙찰제를 바꾸는 문제는 정책적인 부분이라 감사원이 나설 수 없다. 다만 법원에서 전산작업을 해 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면 이 교수의 말씀에 공감한다. 공직자가 사심이 없다면 가장 나쁜 제도가 최저낙찰제다. 다만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한다면 결탁과 비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비리로 가는 것을 막고,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공공부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감사원에서 이와 관련해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 있나.

▶황 원장=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해 감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공공기관이 지난해 만든 부채 감축 방안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올해 감사할 예정이다.

▶강석인 언스트앤영 부회장=감사원이 회계감사보다 정책감사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게 문제다. 감사원이 본래 역할인 회계감사에 집중하는 쪽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원장=감사원은 회계감사 기관과 행정부 내 공직자 감찰기관이 합쳐서 만들어졌다. 이 두 기능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다. 감사원의 기능이 조정돼 감찰기능이 분리된다고 해도 이 일을 할 기관은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두 기능이 합쳐진 채로 있는 것도 장점이 많다. 정치적 중립성 강화나 과도한 정책감사 비중 조정 등을 보완해 가는 게 맞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황찬현 "공무원 소신껏 일하도록 절차 지키고 私益추구 없으면 면책"
▶황영기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내면서 감사를 많이 받았다. 감사 수혜자 입장에서 말씀드린다. 감사를 받으면서 감사원 직원들의 자질이 훌륭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감사를 하면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직원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원 직원이 감사한 뒤 “서부전선 이상 없다”고 하면 믿어도 될 것 같다. 이럴 때 “감사 나가서 가지고 온 게 뭐냐”는 분위기를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황 원장=감사관들이 감사성과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평가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다. 어떤 개선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황 차기 회장=최저낙찰제와 연결되는 문제인데, 국민연금은 현재 500조원을 운용한다. 자금운용을 위탁할 때 대부분 입찰로 결정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투자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고, 비싼 수수료를 쓴 곳을 선택했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이 싼 수수료 중심의 시장 질서를 만들고 있다.

▶황 원장=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적극행정면책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 미국 판례에 있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절차적 측면에서 거쳐야 할 과정을 다 거쳤는지, 당시 수집 가능한 정보를 다 수집했는지, 사적 이익과 충돌이 있었는지 등 세 가지를 따져보고 문제가 없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공직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공직 이후 제2의 인생이 막혀서다. 일부 공무원의 불만을 들어보면 감사원 출신들이 관련 기관으로 내려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황 원장=감사와 관련해서는 감사원의 역량이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감사 역량과 유착 우려라는 상반된 측면을 조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감사원 입장에서는 양성된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유착을 끊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 고민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감사원이 정책을 감사할 때 외부 컨설팅 업체 등에 일부 아웃소싱하는 방안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감사원 인력에 정책과 관련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예산 등의 문제가 있지만 내부 역량으로 감당이 안 될 때는 아웃소싱을 많이 하고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감사할 때마다 활용한다.

▶문정숙 금융소비자연맹 회장=감사원이 퇴직 후 왜 피감기관으로 내려가는지에 대한 부분은 한 번 더 질문해야 될 것 같다. 감사원 직원이 감사 관련 전문성이 있다고 했는데, 그 논리는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마피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감사원이 어디까지 감사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사립대학을 감사하는 경우도 있다.

▶황 원장=이런 지적에 대해 생각할 문제가 많다.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답변으로 피해가겠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방산비리 감찰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됐나.

▶황 원장=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방산비리와 관련한 감사를 실시하더라도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거의 공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개선이 더딘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 군사기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결과를 최대한 공개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