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블랙 회원인 A씨는 지난해 영국 출장 중 런던 해러즈백화점에서 어머니 선물용으로 2000만원짜리 명품 코트를 샀다. 그런데 귀국 후 선물을 하고 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A씨는 카드사에 코트 교환을 요청했다. 해러즈백화점은 국내 유통망이 없어 현대카드는 현지로 직원을 직접 파견, 코트를 교환해 A씨에게 전달했다.

VVIP카드 회원들에게 ‘집사’처럼 원하는 것을 대행해주는 신용카드 회사 컨시어지 서비스의 한 단면이다. 현대카드 블랙이 선발주자로 안착하자, 연회비 100만~200만원인 VVIP카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年회비 100만원 아깝잖네, 개인비서 된 VVIP카드
◆월 사용액 일반카드의 20배

28일 금융감독원이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에서 연회비 100만원 이상인 VVIP카드를 쓰는 회원은 5758명(2014년 11월 말 기준)이다. 1~11월 총사용액은 3553억원으로 회원 1인당 월 560만원꼴이다. 현대카드 블랙의 월 사용액이 1287만원으로 가장 많다. 일반 신용카드 월평균 사용액(약 60만원)의 20배 수준이다. 삼성카드 라움O(522만원), 하나카드 클럽원(498만원), 우리카드 인피니티(455만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회원 수는 신한카드 프리미어가 1991명으로 제일 많다.

회비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전부 VVIP카드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블랙의 경우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본부장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블랙 회원은 70%가 기업 최고경영자(CEO)이고, 나머지는 대기업·금융회사 임원, 자산가, 고위 공직자 등이다. 신한카드도 별도 기구를 두고 회원 초청장을 발송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왜 VVIP카드가 발급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로 차별화

회원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 여행, 여가생활, 교육 등 모든 것을 카드사들이 집사처럼 대행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블랙카드 회원 김모씨(52)는 체코 프라하 여행 중 구입을 망설이고 지나쳤던 그림이 귀국 후에도 눈에 밟히자 컨시어지 서비스를 요청, 그림을 손에 넣었다.

신한카드 VIP 회원인 전자회사 연구원 김모씨(43)는 새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산 해운대의 호텔 예약을 주문했다. 만실이라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고 싶다는 김씨의 부탁에 신한카드는 제휴사 협조를 통해 호텔 예약을 성사시켰다. ‘갑질’을 하는 회원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매진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해 오라는 등 무리한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VVIP카드 회원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연체도 없다. VVIP 회원을 다수 확보하면 명품 회사라는 이미지도 따라오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진입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는 양상이다.

이지훈/고재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