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최경환 부총리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사상 첫 국장급 인사교류 대상자가 이르면 다음달 초 발표된다. 기재부는 경제정책국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이끈 부이사관급(3급) 간부를 한은에 추천했다. 한은도 통화, 물가 등 주요 정책 부서를 골고루 경험한 현직 팀장급(2급) 간부를 기재부에 보낼 예정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간 고위 간부 인사교류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인사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에이스급 간부 교류가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 간 탄탄한 정책 공조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7일 “인사교류로 고위 공무원 신분이 되는 한은 측 추천 인사의 역량평가·공직검증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검증이 끝나는 대로 두 기관이 인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이주열 총재
두 기관의 간부급 인사 교류는 최 부총리가 지난해 9월 이 총재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서로의 생각과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최 부총리의 제의를 이 총재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첫 국장급 인사교류여서 맞교환 대상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기재부는 서기관(4급)이나 사무관(5급)을, 한은은 차장급을 파견 형식으로 보냈지만 정책 책임자인 국장급이 이동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재부가 한은 통화정책국 등 정책 부서 보직을 원하고, 한은이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밀고당기기 끝에 한은 내 국제국 부국장 자리에 기재부 인사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한은이 2급, 기재부에서는 3급 담당자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더 낮은 급수의 기재부 간부가 한은 부국장 자리를 맡는 게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것. 한은 관계자는 “한은 내에서는 국장급이 1급인 반면 기재부 내에서는 2급이 국장을 맡는 등 두 기관의 인사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며 “비슷한 직급의 간부를 맞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파견되는 두 기관 간부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와 한은은 조직 문화가 확연히 다르고, 두 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서다. 과거 재무부가 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했던 시절엔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기도 했다. 재무부 이재국의 사무관이 한은 간부들을 불러 통화량 조절 등 세부사항을 지시했을 정도였다.

1996년과 1997년에는 이른바 ‘한은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감정 대립으로 치달아 외환위기를 막는 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정부가 통화·환율정책에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일도 있다. 2003년 인사교류를 처음 제안한 박승 전 한은 총재도 물가정책을 두고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마찰을 빚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가 취임하면서 한은과 정부의 대립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처럼 눈살을 찌푸릴 만한 마찰은 없었다. 오히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화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한은은 각각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의견 교환 기회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서로 너무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되는 국장급 인사들은 새로 이동하는 기관에서 급여를 받는다. 한은 2급이 1억2000만~1억4000만원, 기재부 3급은 8000만~9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추후 협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김우섭/김유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