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 KMW 회장이 지난 23일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LED 조명 점등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김덕용 KMW 회장이 지난 23일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LED 조명 점등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미국 프로야구단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24~25일 특별한 팬 행사를 열었다. 이 구단이 홈경기장으로 쓰는 ‘세이프코필드’를 개방하고 기존 조명보다 훨씬 밝고 깨끗한 새 조명을 선보인 것이다. 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공급한 곳은 한국 중견기업 KMW다.

케빈 매더 시애틀 매리너스 사장은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처음 LED 조명을 설치하는 모험을 했다”며 “바뀐 조명이 올 시즌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명이 선수 경기력 향상”

이동통신 장비 사업을 하던 KMW는 5년여 전 LED 조명 분야에 뛰어들어 이번에 성과를 냈다. 깐깐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름도 잘 모르는 한국 기업의 제품을 쓰기로 한 배경에는 ‘성능을 앞세운 마케팅’이 있었다.

상당수 LED조명 업체가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KMW는 성능을 강조했다. 선수 연봉으로 한 해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 쓰는 구단을 설득하려면 ‘투자한 만큼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전기요금 절감은 기본이고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근거가 필요했다.

현지에서 마케팅을 총괄한 KMW 미국 판매사 플랜LED의 존 황 사장은 “교수와 연구원 등 조명 전문가 30여명의 연구자료를 기초로 조명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어떤 조명을 써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했다”고 말했다.

◆20% 더 밝고 눈부심은 적어

제조를 맡은 KMW는 기존 조명보다 밝기를 20~30% 끌어 올리면서도 눈부심이 적게 제품을 만들었다. 전기료도 기존 조명보다 60% 이상 줄였다. 주 조명 교체에 800W짜리 LED 조명 578개가 사용됐다.

각각의 조명이 타깃 지점을 정확히 비추는 작업(에이밍 작업)을 할 때는 제품 설계를 수차례 변경했다. 어느 한 부분이 지나치게 밝거나 어둡지 않으려면 빛이 퍼지는 각도가 중요한데, 기존에 보유한 15도짜리 제품으로는 구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KMW는 30도짜리 제품을 새로 만들어 15도짜리와 교차 사용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깜박임 방지에도 공을 들였다. TV 중계화면에서 슬로모션으로 보면 불빛이 깜박깜박하는 게 보이는데, 전원공급장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KMW가 이번에 설치한 조명은 1초에 480프레임을 재생하는 울트라 슬로모션으로 확인해도 깜박임이 없다.

이 때문에 시험 평가에서 “방송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또 “방송 중계 시 색 재현력도 크게 좋아져 초록색 잔디 색감이 그대로 표현된다”고 덧붙였다.

◆NFL·NBA 경기장과도 논의

KMW는 미식축구(NFL) 애틀랜타 팰컨스 주경기장과 시애틀 시호크스 연습구장, 미 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주경기장 조명을 바꾸는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보잉 등 대규모 공장이 있는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덕용 KMW 회장은 “메이저리그에서 물꼬를 트자 입지가 좋아졌다”며 “스포츠 조명으로 자리잡은 뒤 주차장, 공공시설 등 범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17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당초 개막전 경기 시구자로 논의됐으나, 추신수 선수가 등판하는 경기에 나오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로 날짜가 변경됐다.

시애틀=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