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공연 패키지 상품…발레·클래식 등 20~40% 할인
서울 망원동에 사는 직장인 김성주 씨(32)는 무용 마니아다. 한 해 10회 이상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보러 극장을 찾곤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는 연초에 극장과 예술단체에서 파는 패키지 관람권을 산다. 시즌별로 여러 개 공연을 묶은 패키지 관람권을 사면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목돈을 내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원가보다 싸게 살 수 있고 좌석을 미리 지정할 수 있어 올해에도 이 관람권을 이용할 계획이다.

불황에 뜨는 공연 패키지 상품…발레·클래식 등 20~40% 할인
김씨처럼 시즌별 패키지 관람권을 이용하는 관객 수가 늘고 있다. 패키지 관람권은 1년치 공연 티켓을 다양한 묶음 형태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패키지 제도를 가장 오래 운영한 LG아트센터의 최근 6년간 패키지 관람권 판매량은 한 해를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9년 3600장, 2010년 4000장, 2011년 5300장, 2012년 7200장, 2013년 5800장, 2014년 6700장을 기록했다. 오경은 LG아트센터 기획팀 홍보매니저는 “다른 해에 비해 공연 수가 유독 많았던 2012년을 제외하면 매해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매해 전체 티켓 판매량의 약 20%를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정명훈)의 시즌별 패키지 관람권을 이용하는 관객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패키지 제도를 처음 선보인 서울시향은 올해 ‘하나 클래식 시리즈’ ‘정명훈의 선택’ ‘나만의 패키지’ 등 총 12개 패키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장보라 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 주임은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1년 시즌에는 전체 1069세트가 판매됐는데 지난해에는 1849세트가 팔렸다”며 “지난해 11월1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올해 시즌의 패키지 티켓도 한 달 반 만에 1627세트가 팔렸을 만큼 관객 반응이 뜨거우며 1년치 공연의 60%가 패키지 제도로 팔린다”고 말했다.

패키지 관람권을 찾는 관객 수가 늘고 있는 까닭은 뭘까. 잘만 운영되면 관객과 예술단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선 10~40%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살 수 있어 관람료 부담이 줄어든다. 예컨대 유니버설발레단의 올 시즌 공연 4편을 R석에서 볼 수 있는 로열 패키지를 구매하는 관객은 정가인 40만원에서 40%가량 할인된 22만8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단체와 극장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라선아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사업부 차장은 “300명의 관객을 미리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올해 새로 선보이는 신작이나 실험적인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관람권 판매가 많이 된 공연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팔린 공연에 홍보마케팅을 집중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키지 제도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2013년 패키지 제도를 도입해 판매했지만 출연배우가 변동되거나 공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극장 직원들이 관객에게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해야 했다. 국립극장도 하반기 공연만 묶어 파는 반쪽짜리 패키지 제도를 운영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올 상반기 공연의 경우 무대 배치도가 어떻게 나올지 확정되지 않아 패키지 티켓 판매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제작이 많은 국내 극장의 경우 공연 출연진과 내용에 변동이 많아 패키지 제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