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대형세단' 그랜저 연비가 ℓ당 14㎞대?
[ 김정훈 기자 ] "하이브리드 자동차 타면 정말 기름 아낄 수 있어?"

최근 기자를 만난 지인이 이렇게 물어봤다. 아직은 상당수 운전자들이 하이브리드차의 효율성을 의심한다. 적어도 한국에선 검증이 덜 됐다는 얘기다. 괜히 남보다 먼저 하이브리드차를 샀다가 손해 볼 수 있겠다는 편견도 생긴 것 같다.

지난 주말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고 500km 이상 주행하면서 경제성을 따져봤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전용 시스템과 계기판을 얹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하이브리드차답게 조용하다. 계기판에는 초록색의 준비(Ready), EV(전기)모드, 에코(Eco·주행 방식) 표시가 뜬다. 오른쪽에 시속을 나타내는 속도 표시가, 왼쪽은 엔진회전수(rpm) 대신 에코 가이드가 있다. 경제 운전하면 푸른색까지, 급가속하면 붉은색까지 바늘이 올라간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타고 싶은데 연료 효율까지 고려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 차를 내놨다.

시승차를 받아 1시간 가량 운전한 뒤 계기판 LCD 모니터의 주행 정보를 봤다. 주행가능 거리는 약 900㎞ 정도 뜬다.

파워트레인은 2.4 가솔린 엔진에 35kW 전기모터 조합으로 최대 204마력의 출력을 낸다. 3가지 주행모드(에코·노멀·스포츠)로 성능 변화를 줬다. 에코 모드로 설정하면 주행시 효율성을 높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반응이 빨라진다. 스포츠 모드로 타더라도 시동을 끄고 다시 켜면 자동으로 에코 모드로 조정된다. 차가 연료 절감을 자동 제어한다.
사진은 그랜저 하이브리드 운전석 계기판. 서울에서 원주 오크밸리까지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는 ℓ당 15.6㎞를 나타냈다.
사진은 그랜저 하이브리드 운전석 계기판. 서울에서 원주 오크밸리까지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는 ℓ당 15.6㎞를 나타냈다.
시내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잘 사용하면 시속 60~70㎞에서 EV모드가 작동한다. 고속도로 주행시 가속 페달에서 밟을 떼면 EV모드로 전환된다.

연료 소모량은 서울 강북에서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까지 달리면서 체크했다. 도착 후 계기판 표시 연비는 15.6㎞/ℓ를 나타냈다. 이후 서울로 복귀할 때까지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ℓ당 15㎞를 유지했다. 엔진회전수 피로도가 잦은 시내 운전에선 급가속을 가급적 삼가야 14㎞/ℓ 정도 찍는다. 복합 연비는 16.0㎞/ℓ(도심 15.4㎞/ℓ, 고속도로 16.7㎞/ℓ)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시승해 본 현대차 모델 중 실주행 연비와 표시 연비 차이가 가장 적은 듯했다. 고효율을 내면서 정숙한 대형 세단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다.

하이브리드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3500여대 팔렸다. 전체 그랜저 판매량의 15%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는 저유가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가격은 3450만원(옵션 제외가).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