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니트족
“좀 막연한 생각이지만, 제 이상과 맞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골프회사는 환경 망치잖아요. 건설회사는 뒷돈 빼돌리고, 제조업체들은 폐수 방류하고…. 그냥 그렇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은 싫고, 자꾸 불만만 커져요.” “한 달에 대충 40만원이면 생활해요. 정규직 되면 150만원 준다는데 석 달 일하고 그만뒀죠. 그 돈으로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니트족들의 대화에는 ‘그냥’ ‘별로’ ‘불만’ ‘막연’이란 단어가 자주 나온다.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이란 취업 연령대이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층을 말한다. 고용불안이 커지던 1999년 영국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처음 쓴 용어다. 구체적으로는 정규 교육기관이나 입시·취업 훈련 기관에 다니지 않고, 직업이 없으면서 가사나 육아를 하지도 않는 독신 상태의 청년들을 일컫는다.

이들 중 직장을 구하려는 ‘구직 니트’는 그나마 실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非)구직 니트’는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다.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자 해도 쉽지 않다. 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이나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일하는 프리터족과도 구분된다. 연령별로는 20~24세, 학력별로는 고졸자가 가장 많다.

이런 니트족이 100명 중 17명이나 되고, 그중 절반 이상은 구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15~29세 청년 950만7000여명 중 니트족은 163만3000여명으로 17.2%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96%)보다 훨씬 높다. 우리보다 니트족 비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아일랜드 슬로바키아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니트족 문제는 자칫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청년 니트족을 취업자로 유도하는 맞춤형 고용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비구직 니트족에게 직업체험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럽에선 직업과 일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넣는다.

더 이상 빈둥거린다고 닦달할 일만도 아니다. 한창때의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없는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또 걱정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