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불 지핀 통화전쟁…北유럽·신흥국으로 확산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 15일 환율 하한선을 폐지하고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포인트 인하하자 블룸버그통신은 “스위스가 글로벌 통화전쟁의 스위치를 올렸다”며 앞으로 닥칠 파장을 예고했다. 여파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포함되지 않은 북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 상승 압력으로 나타났고, 덴마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19일 기준금리의 하나인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연 -0.05%에서 연 -0.2%로 낮췄다. 대출금리는 0.2%에서 0.05%로 떨어뜨렸다. 모두 사상 최저치다.

시장에서는 덴마크 크로네화의 환율 변동폭이 미미한 상황에서 나온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덴마크는 유로당 7.4603크로네를 기준으로 하루 변동폭이 ±2.25%에 고정된 페그제를 운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덴마크가 자국 통화인 크로네에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을 약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분석했다.

덴마크의 한 시중은행 채권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날 금리 인하 결정은 이미 덴마크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양적 완화 결정 후 덴마크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측한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네일 멜러 통화전략가는 WSJ에 “스웨덴은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검토 중이며,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사태가 통화전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터키가 금리 인하 경쟁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렌트 아린크 터키 부총리는 “21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인 1주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다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20일 말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16일 수도 앙카라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데 터키 중앙은행은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필요하다면 직접 전화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터키는 지난해 7월 연 8.25%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도 15일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RP금리를 연 7.75%로 0.25%포인트 기습 인하했다.

유럽이 아닌 다른 선진국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나다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상이 2017년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오는 6월이냐, 9월이냐를 놓고 시장의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WSJ는 “미 중앙은행(Fed)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WSJ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27~28일 열리는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이는 최소한 앞으로 두 번의 회의, 또는 6월까지 금리 변화가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그러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연기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