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은 웃음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그는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소연은 웃음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그는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의 별명은 ‘우등생’이다. 지난해 미국 LPGA투어에서 ‘톱10’에 15번이나 들었고 상금랭킹 5위(146만8804달러), 평균 타수 4위(69.98타)에 오르며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다. 1승에 그친 것이 의외일 정도다.

골프만이 아니다. 2011년 US여자오픈 챔피언에 올랐을 때 유소연은 떨지 않고 유창한 영어로 담담히 소감을 밝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3년이 지나 유소연의 영어 실력은 원어민 수준이 됐다. 그는 투어 도중에도 학업(연세대)을 병행하며 과제물을 제출하기 위해 밤샘 공부를 마다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배운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수준급이다.

“어렸을 때부터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이 있었어요. 한 번 시작한 일은 과거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해요. 한번은 대회에서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는데 경기를 마치고 10시간이나 퍼팅 연습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당연히 세계랭킹 1위”라고 했다. 유소연은 인터뷰 자리에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 선배인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동행했다. 그는 ‘골프 여제’ 앞에서도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유소연은 지난해 8월 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대회 최소타 신기록으로 우승, 2년 만에 우승 갈증을 풀었다. LPGA투어 통산 3승째였다.

“솔직히 말해 우승했을 때 생각처럼 기쁘진 않았어요. 그 순간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로 실력이 계속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어느새 LPGA 4년차가 된 유소연은 올해에는 더 많은 우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유소연은 “요즘 골프를 행복하게 치고 있다”며 “미국에 온 뒤로 자유로운 연습 환경이 몸에 맞아 골프를 즐기다보니 재미있게 쳤고, 그래서 성적도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잘 웃고 에너지가 넘치는 편입니다. 완벽주의자 성격이 있지만 우승을 못해도 감정 기복 없이 경기를 즐기는 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골프 선수로서 훌륭해지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해 자아를 찾을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 그걸 찾은 것 같습니다.”

우등생 골퍼답게 그의 취미는 독서와 요리다. 미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그의 트렁크에서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것은 책이다. 요즘은 근현대사에 꽂혀 세계대전과 마오쩌둥 시대를 다룬 책들을 읽고 있다. 틈이 나면 집이 있는 로스앤젤레스 시내로 나가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그릇이나 가구들을 둘러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체질상 밀가루 음식을 피하려다보니 만들어 먹는 데 흥미를 붙였다.

올해 LPGA에 진출하는 김효주(20·롯데)와 백규정(20·CJ오쇼핑) 등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유소연은 “효주는 배짱이 두둑한 선수라 어떻게 칠지 기대가 많이 된다”며 “한국 선수들끼리 경기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언어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오는 28일 열리는 2015시즌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을 앞두고 체력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스윙을 개선했고 체력도 좋아졌으니 올해에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