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먹는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자크 드쿠르는 1942년 5월24일 교도소에서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나치가 그를 사살하기 세 시간 전이었다. “사랑하는 그녀의 부모에게 ‘레 카트리엠 파베 뒤 루아’ 여관의 메뉴를 전해주세요. 마지막 며칠 동안, 자유의 몸이었을 때 함께 나눴어야 했던 맛있는 음식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 가야 할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할 일은 거의 다한 것 같아요.” 인류가 가장 오래도록 지속해온 행위인 섭식(攝食)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생애 마지막 순간에 떠오를 만큼 중요한 것일까.

《식탁의 기쁨》은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 인문학적 에세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전속작가이자 음식에 관한 다수의 글을 발표해온 저자는 음식을 먹는 일련의 과정인 식탁에 앉고(1부) 음식을 고르며(2부) 대화를 나누고(3부) 식탁을 떠나는(4부) 행위에 대해 고찰한다.

음식에 관한 논의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맛있는 음식은 이제 사회 계층 전반의 관심사가 됐다. 요리 채널에선 맛집 탐구, 요리 대결 등을 인기 스포츠 경기처럼 내보내고, 자신의 음식 취향에 대해 누구든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러나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머무르는 1차원적 주제를 넘어 음식에 관한 인본주의적 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탁의 의식, 식사의 기억, 여기저기서 오가는 대화와 딸그락거리는 소리 등 음식에 대한 감각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기억의 핵심을 형성해주는 감각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레스토랑과 레시피, 취향, 육식과 채식, 지역주의, 와인, 음식의 끝 등 다양한 키워드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