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中 커피시장…美·英·韓 '삼국지'
전통적으로 ‘차(茶)의 나라’인 중국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커피사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나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의 커피 소비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중국 시장은 글로벌 커피 체인점들의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중국의 커피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영국 한국 세 나라 커피 체인점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스타벅스가 1999년 중국에 1호점을 낼 때만 해도 세계 커피 체인점 관계자들은 결국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천년간 형성된 차 문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8년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 규모이던 중국의 커피 시장은 지난해 200억위안으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400억위안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커피 체인점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 31.5%(201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다. FT는 “중국에 1호 매장이 생긴 이후 스타벅스는 서구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는 중국인이 찾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스타벅스 덕분에 중국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생겼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현재 1500개 수준인 중국 내 매장을 2019년까지 30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다음으로는 대만계 커피 체인점 UBC가 시장 점유율 2위(22.5%)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점유율이 10%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등 갈수록 사세가 위축되고 있다.

FT는 영국 커피 체인점 코스타커피와 만커피를 비롯한 한국계 중소 커피 체인점이 스타벅스의 강력한 경쟁 상대라고 평가했다. 코스타커피는 2008년 1%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5.5%로 뛰었다. 코스타커피는 2018년까지 중국 전역 매장 수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샤부샤부 프랜차이즈인 정성본의 신자상 회장이 2011년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연 만커피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지역 젊은 층 사이에선 스타벅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커피는 현재 100개인 중국 내 매장 수를 내년 말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들어선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와 아이스크림 체인점 하겐다즈 등도 중국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커피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이처럼 가열되는 것은 향후 성장 잠재력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전체 커피 시장 규모는 최근 급성장하긴 했지만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으로 따지면 47.6g(2012년 기준)으로 한국(2.1㎏) 일본(3.4㎏) 등보다 턱없이 작다.

세계커피협회에 따르면 향후 세계 커피 시장이 연평균 2%가량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중국 커피 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