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한국판 CES' 탄생을 위해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에서 북미 최대 전시·박람회산업 연례행사인 세계전시산업협회(IAEE) 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릭 가세티 LA시장이 기조연설에서 전시·박람회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LA공항 확충, 시내 호텔객실 5000개 증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행정을 펼친 점이다. 또 컨벤션센터 주변 거리를 막고 진행한 대규모 야외리셉션은 도시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준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아우르는 MICE산업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지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의 전시산업도 지난 10여년간 정부 지원과 산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10만㎡가 넘는 킨텍스가 생겼고, 콘텐츠 면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회들이 여러 개 조직됐다. 국내 전시주최자들의 업무 능력도 향상돼 전시회 운영·관리 능력은 전시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으며 몇몇 국내 주최자들은 해외에서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CES(소비자가전전시회), CeBIT(정보통신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같은 세계적 전시회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MICE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는 세계에서 관람객이 몰려든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의 163개 호텔, 15만 객실이 부족할 정도다. 음식, 카지노, 쇼핑, 그랜드캐니언 관광에 이르기까지 매년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전시회를 통해 71억유로(약 9조6000억원), 간접생산효과는 230억유로(약 31조2000억원), 일자리 창출 22만6000개, 방문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중국도 전시·컨벤션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에 킨텍스의 두 배인 20만㎡가 넘는 전시장 상하이신국제엑스포센터(SNIEC)를 갖췄으며, 지난 9월에는 훙차오공항 부근에 50만㎡의 전시장을 1단계 완공하며 전시산업의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전시·컨벤션산업에 대한 이런 세계 조류를 좇아 한국의 MICE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 첫째는 MICE산업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의 일원화다. 현재 MICE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시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한다. 이렇듯 컨트롤 타워가 다르다 보니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을 위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객관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계량화다. 한국은 아직 전시산업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 2~3년의 전수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전시산업의 본질인 무역촉진, 수출증진 효과와 마켓플레이스(장터)로서의 부가가치 창출액, 파급효과와 연관효과를 계량화하고 통계화해 장기 정책수립을 위한 빅데이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전시회 육성 및 지원프로그램의 구축이다. 독일 CeBIT도 독일 전시진흥회(AUMA)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회성 선심행정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투명한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종합육성정책을 수립,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유무역협정(FTA)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인이 주목하고 기꺼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전시회의 출현을 기대한다.

신현대 <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