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자면 피로 풀린다?…식후 30분내 수면은 소화불량 유발
점심 먹고 자면 피로 풀린다?…식후 30분내 수면은 소화불량 유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건강하다’ ‘나이가 들면 뇌 세포가 죽는다’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 따로 있다’ ‘싱겁게 먹는 것이 무조건 좋다’ ‘비타민은 많이 섭취해도 괜찮다’는 등의 정보는 우리가 믿고 있는 건강 상식들이다. 생명과도 관련이 있는 상식이지만, 사실 임상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일각에선 ‘편견’이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의학 정보가 난무하고 있지만, 잘못된 통념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의학 상식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많다. 잘못된 의학 상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오해하기 쉬운 건강 정보에 대해 알아봤다.

탄수화물은 모두 나쁠까

올해 의료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탄수화물 기피 현상’이다. 예컨대 탄수화물을 ‘건강의 적(敵)’이라고 생각해 피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탄수화물 식품 섭취를 배제하는 다이어트법이 인기를 끌었고, 탄수화물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책들도 많이 팔렸다. ‘1일 1식’ 내지 ‘1일 2식’을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쌀·밀가루 음식을 다이어트의 걸림돌로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를 지나치게 줄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건강 유지에 필수인 ‘좋은 탄수화물’과 건강을 해치는 ‘나쁜 탄수화물’을 구분하지 않고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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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나쁜 영양소’로 여겨지는 이유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밥 대신 라면·국수·빵 같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 식품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외식이 많은 탓에 밥도 백미로 먹는다. 또 활성산소와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설탕, 액상과당 범벅인 과자·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이런 식습관은 당뇨병·비만·이상지질혈증 등을 유발하는 근본 요인이 된다. 이 교수는 “보리·현미 같은 통곡물을 많이 섞은 밥이나 채소·과일 등 자연식품을 적당량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머리 자주 감으면 탈모?

겨울철에는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두피 건강의 기본은 청결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샴푸는 기본”이라며 “머리를 자주 감는다고 탈모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과 술·담배·튀김류를 멀리하는 게 핵심이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모발을 구성하는 주성분이 양질의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검은 콩과 검은 깨, 녹차, 호두, 석류 등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식후 커피는 대장질환 원인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바로 커피를 먹는다. 사실 이런 습관은 위장질환을 키우는 독이 될 수 있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식도와 위장 사이를 막고 있는 밸브를 자극해 느슨하게 한다. 이 밸브가 헐겁게 열리면 식사 때 만들어진 위액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 종종 가슴통증을 일으킨다. 식후 커피가 대장 운동을 촉진해 급성 또는 만성장염이나 복통을 동반한 과민성 대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커피를 공복에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만약 식도염이나 속쓰림 증상이 있는데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적어도 공복에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밥 먹고 30분 이내 수면은 ‘독(毒)’

저녁식사가 늦어지면서 식후 30분 이내에 수면에 드는 사람들도 꽤 있다. 점심식사 후 사무실에서 엎드려 수면을 취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식후 수면 습관은 가슴 통증이나 변비 등 위와 소화기 계통 질환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특히 눕거나 엎드린 자세는 음식물의 이동시간을 지연시키고 포만감, 더부룩함, 명치통증, 트림 등의 각종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은 “식후 곧바로 누우면 위가 운동할 수 없어 속이 더부룩하고 변비 등을 유발한다”며 “위 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