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 재난대응에 발 벗고 나설 때
영국 롤스로이스사는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하는 기술로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높이고 수익도 올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3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로 롤스로이스사의 2013년 영업이익은 2008년에 비해 약 200% 증가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예방하고 경제적 효과도 꾀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가는 과학기술을 재난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재해발생 통보와 긴급구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재해정보 공유 커뮤니케이션 허브를 운영하며, 비파괴기술을 활용한 싱크홀(땅이 원통모양으로 꺼지는 현상) 위험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몇 년 전 칠레에서는 첨단 구조캡슐을 활용해 지하 700m 갱도에 매몰된 33명의 광부들을 69일 만에 구조해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한국은 과학기술의 재난대응 적용이나 첨단 장비 활용도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급속한 도시화 등 재난의 양상이 갈수록 대형화, 복합화하는 가운데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각종 재난을 신속하게 예측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경제성장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회적 책무에 더욱 기여해야 할 때란 얘기다.

세계적으로 재난안전시장은 급속히 커지는 대표적인 성장동력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가 재난의 감지, 예측, 구난이라는 각 단계에 맞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의 강점인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을 통해 재난대응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동시에 신성장산업으로서 잠재적 가치가 매우 큰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한층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한 효과적인 재난대응’을 발표했다. 먼저, 싱크홀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하공간과 주요시설에 안전진단센서를 설치해 재난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폐쇄회로TV(CCTV)에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탑재, 실시간 정보를 분석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재난발생 초기에 신속한 초동대처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이거나 보유 중인 재난용 무인기, 로봇, 개인방호 등 첨단 장비를 실용화하고 현장에 투입해 재난발생 때 골든타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난안전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조선, 자동차와 같이 우리가 강점을 지닌 산업분야에 안전기술을 접목,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련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강소기업이 탄생하고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또 정부연구개발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국가발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편의를 높이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고위험 사회에 대비해 국민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관련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 먹거리도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가치는 더 한층 빛날 것이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