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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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외 악재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뺐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쯤 발길을 돌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증시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외국인 귀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이들의 매도 공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러시아 위기 등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 외국인, 7일 간 코스피 2조7000억 순매도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52분 현재 외국인은 236억원 어치의 주식을 담고 있다. 매수세가 크진 않지만 기관 매수와 더불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7일 간 국내 증시에서 2조7000억원 가량을 매도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러시아 금융 불안과 그리스 조기 대선 이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여러 가지 대외 변수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러나 앞으로 외국인의 추가 매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끝내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의장은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두 차례 이내 FOMC 회의에선 금리 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내년 3월 전에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Fed가 다시 한번 금융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헀다"며 "이번 결정은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 자산 선호를 연장시킬 수 있는 모멘텀(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통해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나섰고 추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며 "이로써 외국인의 탈(脫) 이머징(신흥국)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 루블화 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보유 중인 70억 달러를 시장에 풀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80루블 선에서 60루블 선까지 회복했다. 이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최악 경우에도 2년 안에는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금융 불안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며 "유가 하락은 국내 경제에 결코 나쁜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만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PBR 1배 이하 추가 매도 제한…배당 기대

외국인들의 투자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 코스피지수 수준은 추가적인 매도 가능성을 낮게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중장기 투자를 선호한다"며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현 주가 수준에서 추가로 매도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매도로 인해 현재 외국인은 시장과의 괴리가 벌어졌던 7월 말의 수급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상태"라며 "단기적인 투자 심리 악화를 제외하고 중장기 경기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면 추가 매도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배당 기일에 기대를 거는 쪽도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1차 투표 부결, 유가 하락 지속 등 대외 변동성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최근 지수 하락에 따른 배당 수익률 증가와 대기업의 배당 확대 가능성 등 대내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명부 폐쇄일이 오는 24일이라는 점에서 다음주는 배당 관련 자금이 유입되며 외국인 순매도도 잦아들 것이란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와 달리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최근 개별 종목에 집중하는 액티브 매매보다는 시장을 매입하는 패시브 매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JPM EMBI 스프레드(신흥국시장 신용 위험 평가)와 이머징 통화 인덱스 등 위험 지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