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골프장 이용객은 연간 3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초심자에게 골프는 여전히 걱정되는 운동이다. 장비를 마련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필드에 나서기 전 갖춰야 할 기본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골프 규칙 등을 익히는 일이 입문을 망설이게 한다. 골프채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33)가 이 겨울, 이 장벽을 넘어보기로 했다. 그가 소문난 ‘미녀 골퍼’ 신나송 프로를 만나 70일 초보 탈출에 도전한다. 70일 뒤에는 필드에서 멋진 샷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 시리즈는 매주 한 차례씩 총 10회 실릴 예정이다. 만만찮은 비용과 시간 때문에 골프 입문을 망설이는 이 대리는 물론 구력은 오래됐지만 기초를 다시 닦고 싶은 김 과장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신나송 프로(왼쪽)가 최만수 기자에게 수건으로 스윙을 연습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건의 한쪽 끝을 묶으면 클럽헤드의 역할을 한다(사진 위). 아래는 핸드볼 공을 옆으로 던지는 연습을 하는 모습.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나송 프로(왼쪽)가 최만수 기자에게 수건으로 스윙을 연습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건의 한쪽 끝을 묶으면 클럽헤드의 역할을 한다(사진 위). 아래는 핸드볼 공을 옆으로 던지는 연습을 하는 모습.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아이언 내려놓으세요.”

레슨 첫날, 신나송 프로는 아이언을 압수했다. 그러고는 긴 수건과 핸드볼 공을 꺼냈다. 아무리 초보라지만 골프를 배우는데 클럽 대신 수건을 쥐라니, 자존심이 상했다.

“골프 스윙은 원운동입니다. 오늘 가르쳐주는 게 골프 스윙의 모든 것이니 집중해서 들으세요. 처음부터 클럽을 잡고 공을 때리려고 하면 예쁜 원을 그릴 수 없어요. 원운동의 느낌을 몸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른 도구를 이용해보는 게 좋아요. 지금 알려드릴 운동은 실제 프로선수도 하는 것입니다.”

수건 돌리기는 간단한 운동이다. 수건의 한쪽 끝을 묶은 상태에서 반대편 끝 부분을 잡고 돌리면 된다. 신 프로의 지시에 따라 수건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려봤다. 쉬울 것 같았지만 생각처럼 예쁜 원이 그려지지 않았다.

“수건을 꽉 잡아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수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힘을 빼고 수건을 묶은 끝부분의 무게를 느끼면서 돌려보세요.”

손목에 힘을 빼자 점점 원 모양이 만들어졌다.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라는 선입견을 깨주는 연습법이었다. 이 연습은 손목이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캐스팅 동작(다운스윙에서 손목이 풀리는 동작)이 생기는 골퍼들의 자세를 교정하는 데도 특효약이라고 한다.

◆프로들도 하는 ‘공 주고받기’

"골프채 잡지 말라고?…힘 빼고 수건 돌렸더니 느낌 팍!"
다음은 핸드볼 공을 이용한 운동. 먼저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뒤 양손을 쭉 뻗어 손바닥으로 공을 잡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상체를 돌리며 옆 사람에게 공을 던지면 된다. 결혼식 때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동작과 비슷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공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수건 돌리기와 같은 원리예요. 몸이 아니라 손목이나 팔의 힘으로 던지려고 하면 공의 좌우 편차가 커집니다. 몸으로 던지면 공이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갈 거예요.”

팔에 힘을 빼자 공을 일정한 방향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우리 몸은 작은 근육을 먼저 쓰려고 하는데, 이 운동은 큰 근육을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선수들도 시합에 나가기 전 몸을 풀 때 자주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폴로스루(볼을 친 뒤) 때 치킨 윙 동작(왼팔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오는 골퍼, 몸보다 손의 힘을 이용하는 골퍼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폼롤러 위에서 균형잡기

원운동과 관련 없지만 폼롤러를 이용한 균형잡기 운동도 초보자에게 좋은 연습이라고 한다. 폼롤러 위에 올라가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버티면 된다.

“골프에선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필드에 나가면 평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몸의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거든요. 스윙을 연습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밸런스 연습은 상체의 힘을 빼고 하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엔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하체에 힘을 집중하자 한쪽 다리를 들고도 버틸 수 있게 됐다.

“모든 운동에는 기초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아이언을 잡고 스윙하는 것보다 이렇게 배우는 게 더 빠를 거예요. 다음주에는 그립과 어드레스 동작을 배워볼게요. 시간 날 때마다 수건으로 연습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