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삶 선택하는 괴짜들…그들이 바로 창조경제의 씨앗
지난주 대전에서 강의를 마치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역에서 어묵을 사먹느라 기차를 놓친 손님들이 있다는 것. 웃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거들었다. 어묵 크로켓을 사려는데 사람들 줄이 길어 못 사고 돌아왔다는 것. 궁금증이 일었다. 부산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연은 이렇다. 부산어묵의 원조격 회사 중 하나인 삼진어묵이 신상품을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박용준 씨는 창업주의 손자로 이제 막 30세가 넘었다. 2010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활동이 어려워진 아버지를 도운 것이 계기가 돼 경영에 참여했다. 뉴욕주립대를 졸업하고 회계사 준비를 하던 그가 영업을 시작하자 모두 웃었다. 영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그는 아예 어묵 제조산업 자체를 끌어올리기로 결심했다.

시장 조사를 하니 틈새시장이 보였다. 8000억원 규모의 시장에 어묵 종류는 고작 10개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상품을 60여개로 늘렸다. 그리고 보급형 어묵과 수작업이 필요한 고급 어묵을 분리했다. 어묵이 비위생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공장에 위생 시스템도 도입했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고급화된 소비자 취향을 감안해서 중세 유럽풍으로 바꿨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혁신은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빵집에서처럼 물건을 고르는 이른바 ‘어묵 베이커리’는 부산의 명소가 됐다. 대표 상품 어묵 크로켓은 개당 1200원인데, 하루에 1만2000개가 팔려나간다. 이 제품 하나만으로도 하루 매출이 1440만원이라는 말이다.

박씨의 선택은 큰 시사점을 준다.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청년이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의 사업을 팔아 현금을 만졌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삼진어묵의 부활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가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았다. 어묵 원조기업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스러운 취향의 입맛을 공략했다. 현명함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혜와 통찰에 기인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씨의 선택은 현명했다. 어떤 이들은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 어묵 사업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의 공부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혁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쿵후의 본산이라 불리는 소림사는 1980년대까지 작은 절에 불과했다. 조용한 사찰이 변하기 시작한 건 스융신 스님이 방장이 된 이후부터다. 해외 MBA에서 경영 마인드를 갈고 닦은 스융신은 소림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으로 쿵후를 선정해 상품으로 개발했다. 그는 1998년 ‘소림사 발전 주식회사’를 세웠다.

소림사 발전 주식회사는 전통 중의학 비법으로 병원 사업도 하고, 사찰 내 화려한 무술 공연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쿵후 신발과 티셔츠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며 소림 영화 사업에 무술학원도 운영한다. 또 ‘소림 기전’이란 인터넷 게임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수도생활에 매진하기만 했던 스님이라면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그가 불도에 귀의하고도 해외 MBA를 선택했기에 창의적 사고가 가능했으리라.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 쏠리고 있지만 창의적 사고는 ICT 전문가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뜻밖의 전공을 하고 가업으로 돌아온 사람들, 학교에서는 가르칠 수 없는 엉뚱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졸업증과 자격증에 목매달지 않고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평범한 사고와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서는 창의적 사고를 기대하기 힘들다. 남다른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사회에 필요한 일꾼이 될 것이다. 거꾸로 가는 사람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김용성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