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 귈레르 '시인'(1965년)
아라 귈레르 '시인'(1965년)
사진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인물사진이다. 사람의 겉모습을 통해 마음 상태까지 보여줘야 작품이라 불릴 수 있어서다. 터키의 시인 아라 귈레르의 작품 ‘시인’은 그런 점에서 명작의 하나로 꼽힌다.

시인이 밤거리에서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성냥불빛은 시인의 얼굴과 이스탄불의 뒷골목을 잠시나마 환하게 비춘다. 밤늦도록 시인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시인은 짧은 시 한 편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한다. 몇 줄의 시어로 거대한 자연과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응축시키는 작업은 고독한 일이다. 때론 모두 잠든 밤에, 썰렁한 거리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며 시를 다듬어나간다. 귈레르의 ‘시인’은 이런 시인의 마음을 시처럼 은은하게 보여주고 있다.(한미사진미술관 2015년 3월28일까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