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주 중에서도 저가제품이나 사치품 대체재가 주력인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기에 립스틱 같은 저가 화장품 매출이 늘어나는 ‘립스틱 효과’가 증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홈쇼핑이 올해 10대 인기상품을 집계한 결과, 3만원대 세탁 세제와 프라이팬세트, 5만원대 견과류 제품 등 내수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저가제품이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푼돈 상품' 내수株만 잘 나가네
○화끈한 소주·내의 관련주

17일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내수 관련주 220개 가운데 비교적 저가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종목의 올해 주가 상승률(이하 올 연초 이후 16일까지 기준)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것이 ‘서민 술’로 불리는 소주 관련주다. 주요 편의점들이 올 들어 11월까지 가장 잘 팔린 상품을 결산한 결과 소주가 단일판매 품목으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반영하듯 소주 제조업체 무학은 올해에만 95.57% 급등했을 뿐 아니라 하이트진로도 같은 기간 10.66%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주정주도 동반 강세였다. 보해양조는 53.40% 상승했고 MH에탄올(169.9%) 풍국주정(27.82%) 등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고가 의류 판매가 위축되면서 대체재로 분류되는 내의·속옷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봤다. 쌍방울(60.56%) BYC(40.69%)가 겨울철 내복 성수기 효과까지 겹치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성들이 고가 의류 구입을 망설일 때 속옷이나 립스틱 구매가 늘어난다’는 속설을 반영하듯, 남영비비안(28.28%) 신영와코루(13.82%)의 상승률도 쏠쏠했다.

○입맛 도는 군것질 관련주

저가의 군것질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외식비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가정 내 조리에 필요한 간장이나 설탕, 식용유 등 관련주도 판매가 늘면서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찐빵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립식품은 겨울주 특수와 함께 불경기 속 호황 효과를 동시에 누리며 올 들어 138.37% 상승했다. 믹스커피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동서도 연초 이후 주가가 41.84% 올랐다. 두부 등 가정용 식재료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풀무원은 76.38%, 샘표식품 58.59%, 사조해표 52.74%, 오뚜기 26.88% 등으로 상승률이 좋았다.

중저가 화장품 관련주나 레저·잡화주 중에서도 주가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한국화장품제조(150.99%), 코리아나(117.78%) 등은 전반적인 화장품주 강세 효과까지 겹쳐 수익률이 높았다. 시계·잡화·액세서리 제품군을 갖춘 로만손은 123.75% 뛰었다.

반면 롯데쇼핑(-31.19%) GS홈쇼핑(-30.97%) 현대홈쇼핑(-26.88%) 등 홈쇼핑주와 현대백화점(-25.78%) 신세계(-24.16%) 등 백화점주는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롯데하이마트(-21.94%) 등 유통주 전반이 부진했다. 동원수산(-30.72%) 마니커(-16.84%) 신라교역(-16.87%) 등 도매형 식품류 비중이 높은 종목도 부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