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기료가 10년 만에 인하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되도록 해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연내 전기료 가격조정이 가능하도록 실행조치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전력 역시 인하폭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이 대통령은 그해 1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실로 묘하다”고 언급했다. 기름값을 내리라는 사인이었고 당시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정유사들을 일제히 압박해 들어갔다. 국제유가가 상승추세였고,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며 반발하던 정유사들은 지경부의 압박이 계속되고 공정위가 주유소 원적지 관리 담합 카드까지 빼들자 결국 4월에 휘발유와 경유값을 L당 100원 내렸다. 그해 정유사들은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맞았고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기름값은 억지로 내린 3개월을 빼곤 잡지 못했다.

이번 전기료도 사정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묘한 기름값 발언과 다를 것도 없다. 한국 전기료는 이미 충분히 싸고 전기료를 내릴 여건도 갖춰져 있지 않다. 석유와 가스 발전 비중이 26%밖에 안 되고 송배전설비 보상비 등 새로 떠안을 비용이 많다. 전문가들은 싼 전기료가 자원소비를 왜곡한다며 걱정해오던 참이었다. 전기료가 유가에만 연동돼 결정될 수도 없다. 대통령으로서는 당장의 전기료가 아니라 유가급락이 가져올 세계적 파장에 대해 심층분석,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