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붐비는 예식장 왜?
“이 추위에 결혼을 하루에 세 쌍이나 하면 도대체 누구 결혼식에 가란 말이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중견기업 마케팅팀 벽보에는 지난 14일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3개나 붙었다. 길일도 아니고, 강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에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에는 겨울(12~2월)과 여름(7~8월)이 전통적인 결혼 비수기였다. ‘한겨울 결혼은 청승맞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특히 겨울 결혼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 웨딩홀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한겨울 특수’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웨딩홀 사용료는 공짜”

직장인 조모씨(29)는 내년 5월께로 계획했던 결혼식을 이번 겨울로 앞당겼다. 웨딩 관련 업체에서 결혼식 비용 견적을 뽑아 보니 겨울에 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던 것. ‘5월의 신부’를 고집하기보다 실속을 차리는 쪽이 낫다는 게 조씨와 예비남편 김모씨의 판단이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봄·가을 성수기 때 받는 웨딩홀 사용료 150만원을 할인해 준다”며 “식대도 10%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담동의 한 웨딩드레스 숍은 겨울에 계약하는 신부에게 ‘2부 예식용 드레스’를 공짜로 빌려준다. 인근 웨딩촬영 스튜디오에서는 추위로 야외 촬영을 하지 않는 대신 가족사진을 서비스로 찍어 준다.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에서 진도모피 등 6개 브랜드가 참여한 ‘모피대전’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도자기 측은 “요즘에도 혼수용 홈세트와 예단그릇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울…붐비는 예식장 왜?
◆개성 있는 파티 연출

겨울 신혼부부 잡기에 나선 건 특급 호텔도 마찬가지다. 그랜드힐튼호텔은 겨울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위해 30% 할인된 가격에 양식 코스메뉴를 선보였다. 롯데호텔월드에서는 이달 말까지 ‘라스트 미닛 웨딩 프로모션’을 열고 겨울철 잔여 시간대에 예식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식대 20% 할인을 비롯해 케이크, 리무진, 스위트룸 이용권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윤소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홍보팀장은 “겨울 결혼은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골라 예약할 수 있고 준비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 호텔의 비수기 소규모 웨딩 건수는 지난해 30건에서 올해 42건으로 늘었다.

과거 비수기 때 결혼식을 올리던 사람들은 주로 유학생, 해외 거주파 등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족 단위의 소규모 결혼식이 늘고, 개성 있는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성수기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윤달 영향도 컸다. 올해 윤달(10월24일~11월21일)이 끝나자마자 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귀신도 모르는 달’이라고 불리던 윤달은 조상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어 결혼을 꺼렸다.

결혼 컨설팅업체 보그웨딩의 김미영 실장은 “같은 비수기라도 여름엔 사람들이 휴가를 가기 때문에 겨울 선호도가 더 높다”며 “전반적으로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해를 넘기기 전 연말에 결혼식을 올리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조미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