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에 내놓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제품의 D램 용량을 현재보다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애플 D램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급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모바일 D램 시장은 두 업체가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고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D램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으로만 각각 6조원, 4조원가량(증권사 추정치)의 영업이익을 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 D램 최대 구매처인 애플이 구매를 늘리면 양사는 사상 유례없는 수익을 거두게 된다.
아이폰7 D램 용량 두 배 늘린다는데…설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애플, 아이폰 D램 용량 두 배 늘린다.

17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7과 아이패드 차기 모델의 D램 용량을 각각 2기가바이트(GB)와 4GB로 정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6와 아이패드에어2에는 각각 1GB와 2GB D램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신 폰인 갤럭시노트4에 3GB D램을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D램은 스마트폰에서 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낸드플래시를 보조한다. 낸드플래시에 데이터를 저장하기 전에 D램에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지우고 다음 데이터를 받는다. 낸드플래시가 받는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이 고도화되고 화질이 좋아지면서 D램 용량도 커졌다. 점점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증가해서다. 삼성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최신 스마트폰에는 2GB 이상의 D램을 쓴다.

그동안 애플이 1GB D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구동 소프트웨어인 iOS의 효율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기기는 자체 제작하지만 구동 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쓴다. 반면 애플은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둘 다 만들기 때문에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굳이 비싼 2GB D램을 쓰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잘 구동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년부터 스마트폰 화질이 초고화질(4K) 급으로 올라서고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도 지금(300Mbps)보다 빨라진 초당 450Mbps가 되면서 애플도 더 이상 1GB D램을 고집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박’

애플이 D램 용량을 늘릴 때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SK하이닉스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구매하는 D램 중 SK하이닉스가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나머지 절반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양분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은 아이폰5와 5S 때 애플과의 소송 영향으로 D램을 공급하지 못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올여름 두 차례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뒤 아이폰6부터 공급을 재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이 아이폰에 1GB D램을 쓸 때 구매금액은 5억~8억달러(약 5500억~8800억원) 정도였지만 2GB일 경우 10억~15억달러를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아이패드의 D램 용량이 커지는 것까지 더하면 최대 10억달러 이상의 신규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또 애플이 구매량을 늘리면 안 그래도 수급이 빠듯한 모바일 D램 시장이 ‘수요 초과’ 현상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애플이 최고급 20나노 D램을 살 것으로 예상되면서 높은 사양의 D램은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D램 가격이 올라 공급업체들의 이익은 더욱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경기 화성, SK하이닉스가 이천에서 D램 제조라인을 증설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년엔 공급보다 수요 증가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현재 75% 정도인 두 회사의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이 내년엔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애플과 삼성이 2GB 이상 고급 D램을 ‘싹쓸이’할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웃돈을 주고 D램을 사야 하는 만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