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3%대 붕괴 가능성, 간판 기업들의 이익 격감, 디플레이션 우려, 가계부채 급증….’

[한경 특별기획] 정치, 이대로는 대한민국 희망이 없다
위기의 징후가 넘쳐난다. 경제예측기관에서는 암울한 전망을 쏟아낸다. 자칫하다가는 무슨 사달이라도 날 것 같다. 하지만 유독 위기의식에 둔감한 곳이 있다. 여의도 정치권이다.

여야는 15일 임시국회를 열었다. 밀어둔 민생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없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둘러싸고 온종일 진영 싸움만 벌였다. 특검, 국정조사, 청문회라는 용어들이 쏟아진 것을 보면 싸움은 길어질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경제 회생에 필요한 법안 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붙잡고 있는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부동산 3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법 등 구조개혁 법안들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경제 회생을 위해 시급하거나 국가의 영속성을 위해 반드시 처리돼야 할 법안”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나몰라라’다. 무엇이 자기 진영에 유리할지에만 몰두할 뿐이다. 행여 ‘나라 걱정’을 우선하는 국회의원이라도 있으면 면박을 당하기 일쑤다. 장관을 지낸 한 야당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 당론 논의 과정에서 경제논리를 언급하며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더니 ‘그게 표(票)가 되느냐. 당신이 아직도 장관인 줄 아느냐’고 면박을 주더라”며 “그 이후에는 입을 닫았다”고 회고했다. 그후 “어느덧 진영 논리에 물들어 있는 나를 보고 내가 놀랐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치권은 ‘우리편의 이익’이나 ‘표’와 관련된 게 아니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니 제대로 된 입법부의 기능을 기대하기는 애초 불가능하다.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갈등과 파괴의 본산’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한 기업인은 “경제를 잘 알고 경제를 걱정하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더니만 완전히 달라졌더라”며 “국회만 가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나쁜 것은 진영논리에 부합한다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법도 남발한다는 점이다. 19대 국회 1년 동안 국회의원이 발의한 경제법안 중 64%가 반(反)시장적 법안이었다. 벌써부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국회에서는 포퓰리즘 법안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우리 정치는 민주화 이전인 1980년대 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국가 아젠다에는 무관심한 채 진영 싸움에만 몰두할 경우 정치 실패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