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민주노총 지원을 위해 시 예산 15억원을 일방적으로 편성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6일 민주노총에 시 예산 15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시 경제진흥실 예산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당초 서울시가 시의회에 지난달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엔 민주노총 지원금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15억원을 책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근로자복지기본법 4조에 근거해 2013년부터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 20억원,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서울시는 2000년대 초부터 근로자 자녀 장학금 용도로 한국노총에 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노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듬해 말에 15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을 공개 지지했다.

무상복지 예산을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던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민주노총에 1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수십억원을 민주노총에 선심성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경우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민주노총 집행부는 내년부터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도 이에 맞춰 내년도 민주노총 지원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축이 된 시의회의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민노총이 입장을 바꿔 다시 지원금을 요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시 고위 관계자는 “관련 예산은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아 확정된 예산은 아니다”면서도 “민주노총 지원금액은 확보해야 한다는 게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의회는 전통시장과 협동조합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전통시장 조직활성화 지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운영 등 관련 예산을 35억원가량 증액했다. 지역 민원을 의식해 지역공원 조성 예산 등 선심성 예산도 수백억원가량 늘렸다.

한 시 관계자는 “지역 민원을 내세워 홍릉 스마트에이징단지 등 서울시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예산을 깎는 대신 선심성 예산만 대폭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