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김여정 내년 3월 서울 온다"
내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여정의 방한이 성사되면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의 핏줄인 ‘백두혈통’이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일 통일부와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북한 측 낙원무역총회사는 한국 측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이하 남경련)와 내년 봄 서울에서 ‘남북 민족음식 예술문화 대축제’를 열기로 합의하고 우리 측에 참가 의향서를 보냈다. 의향서에는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들의 참석 명단과 참여 기관들이 포함됐다. 올해 27세인 김여정은 최근 공식 직책이 노동당 부부장(한국의 차관급)으로 확인되면서 북한 권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김여정이 북한의 사회문화를 알리는 대외사업을 총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향서에 김여정의 직책이 노동당 대외사업부 부장으로 명시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낙원무역총회사는 지난해 12월 남편인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김경희(김정은의 고모)가 관리하던 조직이다. 또 남경련은 대북 사업을 하고 있는 경제인들의 총연합체로 2010년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동방영만 남경련 회장은 “최근 통일부에 행사 제안서를 제출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북측 접촉 승인이 나는 대로 행사 내용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간 차원에서 올초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측의 5·24 제재조치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중단된 가운데 문화교류 차원에서 양측이 준비해온 행사다. 북한 요리사 100명을 초청해 서울광장에서 한국 측 요리사 100명과 음식 경연대회를 펼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북측은 옥류관, 평양 대동강 음식점, 고려식당, 조선민족음식연구원 등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양측은 축제 기간에 북한 음식 상설 전시관과 북한 특산물 홍보관을 운영하고 북한 음식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북한 만수대공연단을 초청해 남북한 예술인의 합창과 합동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남경련 측은 이 행사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방 회장은 “북측이 행사 개막식에 김여정의 참석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여정의 방한이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지난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때 최용해, 황병서 등 북한 고위급 3인방의 방한 이후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전환되는 듯했으나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북한 인권문제로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은 상태다. 통일부는 현 상황에서는 행사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향후 남북관계가 유동적이란 점은 고려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풀릴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통일준비위원회 3차 회의에서 “남북 간 민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