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聯회장에 하영구 씨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61·사진)이 28일 ‘예상대로’ 전국은행연합회장에 선출됐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사원총회를 열고 하 전 행장을 제12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 3년이다. 하 차기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씨티은행에 입행했다. 씨티은행 기업금융그룹 부대표, 소비자금융그룹 대표 등을 거쳐 한미은행장에 올랐다. 한미은행이 2001년 씨티은행에 인수되면서 한국씨티은행장에 취임했다.

하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이번 선출 과정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당초 지난 24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하 회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절차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날 금융노조가 총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 명동 은행회관 11층 회의실을 점거하면서 은행장들은 장소를 롯데호텔로 옮겨 총회를 여는 촌극을 빚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하 회장을 추천했고,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총회는 1분 만에 끝났다. 보기에 따라선 ‘날치기 총회’를 연상시켰다.

하 회장은 “금융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회원사들 눈높이에 맞춰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며 “금융의 글로벌화와 선진화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금융노조와 대화해 오해가 있으면 풀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선출되면서 4대 금융 유관 협회장이 모두 민간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전 LIG손배보험 사장)과 하 회장에 이어 생명보험협회는 다음달 4일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선거를 치르는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중에도 관료 출신은 없다.

4대 금융지주와 3대 국책은행(산업, 기업, 수출입은행)까지 최고경영자(CEO)가 민간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관피아’ 시대가 저물었다는 관측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