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년 여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그간 침울했던 삼성전자 주가 시계를 올 여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단기 반등하며 130만원 초중반까지 완만하게 상승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약발' 어느 정도…"주가 시계는 '여름'으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면서 주가가 130만원 초반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65만주(1.12%)와 우선주 25만주(1.09%) 등 2조1933억원어치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날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1조9200억원, 2006년 1조8583억원, 2007년 1조888억원을 들여 3년 연속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최근 7년간은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 유통 물량이 줄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또 그간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에 실망했던 투자자들도 인식을 달리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은 두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며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이후 자사주 매입으로 액션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엔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자신감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노 센터장은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는 단기간 130만원 초반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초 주가를 140만원 이상까지 끌어올린 것 역시 실적보다는 지배구조 이슈와 지주사 설립 가능성이라는 설명이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 대비 저평가를 받아온 이유는 높은 현금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결정이 삼성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시작이라는 기대감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지만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선 또다른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추가적인 배당금 확대와 IT모바일(IM)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 상승, 실적 개선 여부가 주가 상승세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내년 1월까지 일단락된다고 하면 배당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장이 열리겠지만 그때까지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시 배당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룹 지배구조 변화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지분 늘리기를 시작해도 될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룹 오너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지주사 전환 등 일련의 수순을 거치려면 주가가 크게 오르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당분간 120만원대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권민경/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