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해외 부품사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외에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처를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전기자동차 대중화를 앞두고 정보기술(IT) 업체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 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잇따를 전망이다.
[위기에서 기회 찾는 기업들] 해외 M&A '큰손'된 車 부품사들…"한국은 좁다" 사업영토 확장
○해외 M&A 나서는 한국 부품사들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인 한국델파이는 지난 11일 최대주주인 이래cs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델파이의 공조사업부 매각 1차 입찰에 참여했다. 2011년 델파이로부터 한국델파이를 사들인 이래cs가 또다시 델파이의 일부 사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위기에서 기회 찾는 기업들] 해외 M&A '큰손'된 車 부품사들…"한국은 좁다" 사업영토 확장
대우자동차 출신인 김용중 사장이 2000년 설립한 이래cs는 2007년 세명금속공업, 2011년 한국델파이를 잇따라 합병해 매출 1조6000억원으로 성장한 중견기업이다. 이래cs는 1조원대로 평가되는 델파이 공조사업을 인수하면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업체에도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용 고무 제조업체인 동아타이어공업도 ‘탈(脫)한국’을 위해 지난달 이탈리아 업체인 CF고마의 자동차 부품사업을 인수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크라이슬러뿐 아니라 유럽으로 사업 무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차량 볼트 전문 업체인 진합은 지난 2월 미국 부품사인 셈블렉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진합 관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 납품하는 셈블렉스를 인수해 거래 관계를 미국 완성차 업체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 11월 만도도 독일 엔지니어링 업체인 DSP보이펜을 사들였고 현대차 협력사인 성우하이텍과 동국실업도 독일 완성차 업체의 협력사인 ICT와 WMU를 손에 넣었다. 삼보모터스도 작년 2월 자동차 범퍼 등을 생산하는 프라코와 나전을 일본 아크로부터 인수했다.

○전자업체에도 눈독

발빠른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에는 IT 부문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 친환경차 보급이 늘고 자율주행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자동차 부품에서 전기와 전자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전자를 기반으로 한 전장 부품이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0%대에서 2020년에는 40%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유에이텍은 지난 4일 가전업체인 위니아만도를 인수했다.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인 대유에이텍은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만드는 위니아만도의 기술력을 자동차 공조 부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유에이텍과 함께 대유그룹을 이끄는 대유신소재가 강화하고 있는 전기차 부품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인 아이에이가 반도체 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려는 것도 비슷한 취지다. 아이에이는 이달 초 동부하이텍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1993년 설립된 아이에이는 2010년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을 영입한 뒤 사세를 키워왔다. 작년 3월 사명을 씨엔에스테크놀로지에서 아이에이로 변경한 뒤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던 중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동부하이텍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아이에이는 2011년 9월 현대·기아차 인텔 등과 함께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협력관계를 맺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대차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탈피하고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