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우주인 (김기택 1957~ )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나는 여러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引力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 발자국이 보고 싶다
뒤꿈치에서 퉁겨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 싶다

시집《사무원》(창비) 中

어느덧 한 해를 되돌아보는 때가 됐습니다. 연초의 다짐은 조용히 잊혀지고 나는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마치 지금 있는 곳이 적막하고 힘 빠지는 우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시는 무기력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힘차게 땅을 딛고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지금까지 걸은 길이 조금은 비뚤어졌어도 올해 남은 길은 곧게 걷자 다짐합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