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인터넷 도박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이용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베팅 시간을 단축시켜 사행성을 극대화한 ‘사다리 게임’이 지난 4월 등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무조건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하는 일종의 ‘보험 사이트’도 등장했다.

▶관련기사 4월19일자 A18면

"무조건 수익 보장"…불법 토토 '양방 베팅'의 유혹
‘양방’이라 불리는 이 보험 사이트는 여러 개의 불법 토토 사이트에서 배당률이 정반대로 설정된 스포츠 경기를 골라 이용자들의 베팅을 유도한다. 스포츠토토 사이트마다 같은 경기에 배당률이 다르게 적용되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 팀의 축구 경기에서 A사이트는 한국 승리에 건 돈의 2.1배를 주고, B사이트는 일본 승리에 2.1배를 배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이용자가 100만원씩 양쪽에 모두 베팅하면 건 돈은 모두 200만원이다. 하지만 어느 팀이 승리하든 2.1배의 배당률이 적용돼 이용자는 2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승패에 관계없이 10만원을 버는 것이다.

이런 양방 사이트들은 은밀하게 이용자를 모집한다.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운영자가 남긴 홍보글에 자신의 메신저 ID나 전화번호를 댓글로 남겨야 한다. 이후 개별적으로 사이트 주소를 건네 불법 도박의 ‘늪’으로 유인하는 수법을 쓴다. 양방 사이트는 스포츠 경기 외에 홀짝으로 된 사다리 결과를 맞히는 ‘사다리게임’과 그 시작점을 맞히는 ‘좌우게임’ 등 사행성이 큰 불법 도박을 활용하는 형태로 다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방 사이트 가운데 이용자를 모집한 뒤 ‘먹튀’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C씨는 9월 지인을 통해 한 양방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 사이트는 양방향으로 베팅하면 110%의 배당률을 보장하고, 처음 충전한 금액의 10%를 매일 돌려준다고 광고했다. 이에 C씨는 100만원을 충전해 베팅했고, 2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다음날 C씨가 환전을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을 때 사이트는 종적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불법 토토 양방 사이트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자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적발되는 불법 토토 사이트 대부분이 도메인을 바꾸며 지속적으로 운영돼 범죄의 뿌리를 뽑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및 사다리게임 사이트 등 변종 사이트는 내부자 제보가 없으면 불법 토토 사이트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5월부터 6개월간 집중 단속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과 관련, 2308명을 입건했다. 이는 전체 인터넷 도박 사범의 67%에 해당한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