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0번 연습하고 1만번 고쳐 써라
유사 이래 지금처럼 만백성이 문자와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을까. 책이나 문서는 제쳐놓고도 이메일, 문자메시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 문자로 소통하는 것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 그래서일까. 글쓰기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책 쓰기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넣어둔 사람도 많다.

《명사들의 문장강화》는 이런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시인, 소설가, 번역가, 대학교수,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의 문장가들이 저자와 인터뷰를 통해 글감을 어떻게 찾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한번 펜을 들면 시든 산문이든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것으로 유명한 고은 시인은 “글쓰기는 문인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돼요. 글쓰기는 모든 시민의 행위예요”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언어의 거지예요. 끊임없이 공기에 들어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찾는 거죠. 찾고 또 찾아도 나는 늘 언어에 배가 고파요.” 그의 거침없는 일필휘지(一筆揮之)는 이렇게 허공에 던져진 언어들을 가져와 내면화했기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 잘 쓰는 자연과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다”고 말한다. 학자는 논문을, 회사원은 기획안을, 연인들은 연애편지를, 새로 개업한 식당 주인은 광고 문안을 써야 하기 때문. 그는 자신의 글쓰기 비결을 단순하게 요약한다. ‘마감에 쫓기지 말고 미리 쓴다. 일단 쏟아내고 100번쯤 고친다. 물 흘러가듯 쉽게 쓴다. 재미있게 구성한다. 치열하게 쓴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은 쇠붙이를 불에 달군 후 두드려서 단단하게 만드는 ‘단련’을 키워드로 제시한다. 그는 “‘단’은 1000번 연습하는 것이고, ‘련’은 1만 번 연습하는 것”이라며 “단련 없이 원래 타고난 것만 갖고는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무리 천재라도 고통의 크기가 작으면 절대 명문장이나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며 “영혼의 상처가 있어야 향기를 뿜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루 6시간 이상 글을 쓰는 ‘문장 노동자’를 자처하는 장석주 시인은 좋은 문장의 조건으로 간결함, 정직함, 진정성을 들면서 이렇게 말한다. “잘난 척, 아는 척하는 것이 제일 나빠요. 그냥 자기가 아는 것, 경험한 것을 솔직하게 쓰면 돼요. 지름길은 없어요. 우직해야 합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