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캠리 새 모델, 타봤더니…  디자인 확 달라지고 기본기 밸런스는 명성 그대로
[ 김정훈 기자 ] "캠리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포드 '퓨전'이나 현대 '쏘나타' 같은 강력한 경쟁 모델이 계속 등장해 큰 변화를 결단했습니다."

나카호 토시히로 도요타자동차 부수석 엔지니어는 18일 "매력적인 신차들이 많이 나와 캠리의 모델 변경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호텔신라에서 열린 뉴 캠리 기자간담회에서 캠리는 도요타자동차의 얼굴이자 핵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체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신차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6~7년마다 바꾸던 신차 주기가 5년 정도로 짧아졌다. 7세대 캠리는 2011년 말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3년 만에 풀 체인지에 가까운 모델 변경을 거쳤다. 현대자동차 등 경쟁 회사들은 예상하지 못한 신차 소식에 깜짝 놀랐다.

도요타가 신형 캠리를 내놓고 '빅 마이너 체인지'라고 소개했다. 외관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전체 부품의 10%에 달하는 2000개 부품을 교체했다. 엔진과 변속기만 빼곤 8세대 캠리를 미리 보는 듯하다.

캠리 발표 다음날 제주 일원에서 캠리 2.5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번갈아 타고 6시간 가량 달려봤다. 2012년 7세대 캠리를 타본 후 2년 만의 시승이다.

[시승기] 도요타 캠리 새 모델, 타봤더니…  디자인 확 달라지고 기본기 밸런스는 명성 그대로
가장 큰 변화는 확 바뀐 디자인이다. 앞부분 그릴과 범퍼 모양을 중심으로 바꾸는 성형수술(페이스 리프트)에 그치지 않고 측면과 후면까지 차체 패널을 다 바꾸면서 더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특히 캠리는 도요타가 원가 절감과 부품 공용화를 이룬 새로운 설계방식인 TNGA(도요타의 새 글로벌 아키텍처, 생산 플랫폼 공용화 기술) 시스템을 도입한 첫 번째 모델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캠리는 기본기가 탄탄하다. 화려한 멋은 유럽차보다 덜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오래 탈수록 맛이 깊어지는 차다. 이번 캠리도 그랬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엔진 사운드 외에는 주행 중 외부 소음이 일체 들리지 않는다. 캠리 2.5의 정숙성도 나무랄 데 없다. 서스펜션은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핸들링은 정교해졌다. 안정적인 차체 균형감은 매우 좋다. 나카호 토시히로 엔지니어는 "정숙성과 승차감은 역대 캠리 중 가장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대지진과 리콜을 겪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캠리는 더욱 강해져 돌아왔다. 도요타자동차가 얼마나 캠리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년 40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캠리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캠리는 정숙성과 넓은 실내공간으로 어필하는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가솔린 세단이다. 토크 힘을 강화한 파사트 같은 디젤 세단보단 치고 나가는 가속 성능은 떨어진다. 운전 재미만 놓고 보면 심심할 수 있다. 부드러운 핸들링과 소음과 진동이 적은 정숙함은 중형세단이 요구하는 편안한 주행 특성에 잘 맞는다.

신형 캠리는 길이가 45㎜,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각각 10㎜ 길어져 실내 공간은 넉넉해졌다. 뒷좌석 가죽시트까지 박음질(스티치) 마감 처리로 고급감을 더했다.

센터페시아 패널 장치는 단순하다. 지도(맵), 오디오 등 기능 조작 버튼은 이전보다 더 커졌다. 운전자 사용성과 조작성을 향상시켰다. 요즘 나오는 수입차 중 다루기가 가장 쉽다. 심플 이즈 베스트 미학에 충실하다.

한국도요타는 3가지 캠리로 내놨다. 고효율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는 캠리 하이브리드(16.4㎞/ℓ), 고성능을 원하면 6기통 3.5 캠리를 타도록 구성했다. 2.5 캠리는 기본형이면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차다. 한국도요타도 전체 70%는 캠리 2.5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2.5 캠리 가격은 3390만 원으로 7세대 캠리가 처음 나왔을 때 가격과 같다. 신차 값을 인상하지 않은 것은 엔저 효과가 뒷받침됐다.

제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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