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는 글로벌 명품기업 중 몇 안 되는 ‘가족 경영’ 기업이다. 세계적인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케어링이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에트로는 지금도 창립자인 짐모 에트로 일가가 사업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짐모 에트로는 원래 발렌티노,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에 원단을 제공하던 사업가였다.

그는 1968년 페이즐리 문양을 앞세워 에트로를 만들었다. 페이즐리란 새의 깃털이 구부러진 것처럼 앞은 둥글고 뒤는 날렵하게 떨어지는 라인을 말한다. 옛날 인도 예술문화의 꽃으로 불렸던 카슈미르 지방에서 15세기께 만들어진 직물, 즉 캐시미어 직물의 문양을 에트로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현했다.

에트로는 처음에는 실크, 캐시미어, 리넨, 면 제품을 생산하다 점차 기성복, 맞춤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1년 처음으로 페이즐리 무늬를 활용한 컬렉션을 발표했다. 1983년에는 스카프, 숄, 넥타이 등 소품을 발표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란 원칙 아래 모든 제품을 장인이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다.

에트로는 이 페이즐리 문양을 활용해 브랜드 고유의 아르니카 소재를 만들었다. 레드, 터키옥, 옐로, 올리브 그린, 아이보리, 브라운 등 고급스러운 색감의 면사로 페이즐리 문양을 자카르 기계로 직조했다. 이를 폴리염화비닐로 코팅해 만든 게 아르니카다. 내구성이 높고 스크래치에 강하다.

국내 판권은 1993년부터 듀오가 갖고 있다. 이듬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시작으로 백화점에 진입했다. 지난해 국내 첫 에트로 남성복 매장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열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