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도 못 갚는 소위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원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2010년 이후 3년 사이 전체 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자산규모 기준)이 13.0%에서 15.6%로 단기간에 2.6%포인트나 크게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기업 100개 가운데 15개가 돈을 벌어서 은행 이자도 못 갚는 부실기업이라는 얘기다. 건설(41.4%) 조선(26.2%) 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설] 좀비기업 구조조정 해야한다는 苦言, 정부는 듣고 있나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 일본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라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기업이 도산위기에 몰리자 은행이 이들 부실기업을 지원하면서 오히려 정상기업의 여신을 축소하는 방향 착오가 있었는데 결국 디플레와 장기침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당면한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부실기업을 지원하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KDI의 경고다. 퇴출돼야 할 기업이 목숨을 연명하면서 물귀신처럼 정상적인 기업까지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사실 ‘구조조정’이란 용어 자체가 낯설게 들리는 것은 근년 들어 정권마다 ‘뼈를 깎는 고통’보다는 단기 부양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이명박 정부 후반에 내놓은 ‘대·중소기업 상생’ 같은 정부 방침 때문에 잘못된 선택이 금융권에 강제됐던 것이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풀고 부동산, 증시를 띄우려는 방향으로 경기부양책이 전개되고 있다.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버블만 키우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도 부실기업 금융지원 이전에 4~6%에 머물던 좀비기업 비중이 1990년대 후반에는 14%대에 달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양적 완화 같은 단기조치와 함께 구조조정 등 중장기 대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좀비기업들을 유지시키는 한 정상적인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오히려 구축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자리 창출 역시 더 어려워진다. KDI는 좀비기업 비중을 10%만 낮춰도 정상기업에서 11만명을 더 뽑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조조정은 특히 이 정부가 강조하는 규제개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업종의 진입장벽을 없애도록 규제를 개혁하면 신규 업체가 들어와 경쟁이 활발해지고 한계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된다. 규제개혁의 성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 조치는 당장 실시해야 옳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극력 피하는 데는 당연히 다양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 퇴출이나 대량해고 등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아픔 없이 경제가 되살아나는 마법은 어디에도 없다. 구조조정을 통해 가능성 있는 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산업은 효율적으로 재편되고 결국 생산성도 높아진다. 죽을 기업을 억지로 살리는 일은 무상복지 못지 않게 위험한 일이다. 용기 있게 구조조정 카드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수술을 미루면 상처는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