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일본의 국회 해산
일본 총리들에겐 두 가지 야망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하루라도 직책을 더 수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임 중 자기 손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시행해 승리하는 일이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당연한 듯 국회해산권을 행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의원(衆議院) 해산이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한 배경에는 이 같은 국회해산권이 큰 역할을 했다. 해산이야말로 총리가 가진 전가의 보도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총리 권력의 최대 원천은 해산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국회 해산은 1947년 일본 새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22차례나 단행됐다. 평균 2년6개월에 한 번 이뤄진 셈이다. 해산에 의한 총선거는 해산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실시한다. 또 총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특별국회가 소집되고 새 내각이 구성된다.

해산하는 명분이나 케이스도 다양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선거를 일찍 끝내야 한다거나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유로 해산한 경우도 있다. 선거공약을 지키지 못해 해산하는 것은 다반사다. 자민당 의원들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야당이 발의한 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할 수 없이 해산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국회를 해산한 직후 의원들이 만세삼창을 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는 것도 재미있다. 소위 천황의 정무에 대한 칭송과 복종을 의미한다고 하니 실로 일본식 만세삼창이다.

해산을 가장 많이 활용한 총리는 1950년대 일본 정치계를 풍미한 요시다 시게루다. 요시다는 집권 8년 동안 네 차례나 국회를 해산했다. 특히 그가 1953년 한 야당의원에게 ‘바카야로(바보녀석)’라고 욕을 한 것이 발단이 돼 해산에 이르게 된 사건은 유명하다. 당시 의원들은 내각불신임안을 결의했고 요시다 총리는 국회를 해산해버렸다. 이에 반해 1976년 총리가 된 미키 다케오는 자신의 임기(4년)를 다 채우고 퇴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공약사항이었던 소비세 인상 연기를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집권 2년이 채 안 돼 국회를 조기에 해산하는 아주 드문 사례다. 아베가 장기 집권을 위해 생떼를 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지지율은 40% 선이다. 총선에서 쉽게 패배할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아베가 총선을 거쳐 재집권한다면 아베노믹스 2.0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리도 많다. 물론 아베는 헌법 개정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동북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