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기코스 서울대…"동호회 오지마! "
서울대 교내 순환도로에 자전거 동호인들의 출입이 금지될 전망이다. 서울대 교내 순환도로는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남산순환도로, 북악스카이웨이와 함께 ‘서울의 3대 오르막(내리막) 코스’로 꼽힌다.

서울대 관계자는 “자전거 동호인 단체가 교내 순환도로를 빠르게 다니며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출입제한 방안을 마련했다”며 “곧 시행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서울대가 자전거 통행 금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경사가 급한 지형적 특성상 사고 위험이 높아서다. 서울대 정문(해발 58m)과 관악산 중턱에 있는 공대 302동(해발 200m) 간 고도 차이만 140m에 달한다. 도로 바로 옆에 건물들이 밀집해 있고 차량과 보행자도 많아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서울대 측은 “경사도가 15%인 구간도 있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속도가 시속 40㎞를 넘는다”며 “이 경우 갑자기 차량이나 보행자가 튀어나오면 충돌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내 차량통행 제한 속도는 시속 30㎞다.

그동안 서울대 내에선 자전거 통행이 늘면서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대학원생은 “밤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빠르게 내려오던 자전거 동호인이 갑자기 욕설을 내뱉었다”며 “교내 순환도로가 자전거 전용도로도 아닌데 무척 불쾌했다”고 말했다. 관악소방서에 따르면 자전거 동호회 모임이 열린 지난 5월21일 밤엔 회원 중 한 명이 택시에 부딪혀 얼굴과 팔 등에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자전거 동호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대가 곧 출입제한 조치를 내릴 것이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동호인은 “지난달 말 학교 측 경비원이 앞으로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출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동호인들 사이에선 “이제부터라도 규정속도를 준수하고 자전거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아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막상 서울대의 출입제한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일부 동호인은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학교인데 무슨 근거로 자전거 출입을 제한하느냐”며 반발했다. 반면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학교 측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일부 몰상식한 동호인들 때문에 좋은 코스를 잃을까봐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형주/박상익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