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 위한 반대 안돼"…자체 혁신론도 제기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의 최적의 시점"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뼈대로 한 개헌론의 깃발을 올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기국회 후 봇물론' 발언 수습에 나서면서 자칫 불완전 연소할 것 같았던 개헌론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는 청와대 다워야 하고 여당은 여당 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 다워야한다"는 의미에서 '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론을 펴며 청와대와 여야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집권 2년차의 박근혜정권의 현주소를 '민주주의 후퇴'와 '21세기 시대정신에 대한 공약 후퇴' 등으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며 언급한 '골든타임' 표현을 개헌을 비롯해 경제, 남북관계 등에 적용해 시급성을 부각했다.

◇"정치파행 원인은 현 권력구조"…개헌론 띄우기 = 문 위원장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내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는 예고대로 연설 말미에 개헌에 대한 '작심발언'을 풀어놨다.

'연내 국회 개헌특위 구성→내년 본격적 개헌 논의→20대 총선(2016년) 전 개헌'이라는 구체적 타임라인까지 제시하며 개헌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위원장은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이분법 진영논리에 빠진 대립과 대결의 악순환과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하는 정글의 체제', '공멸의 정치', '상대를 타도대상인 적으로 보는 정치'로 규정,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현 권력구조에 이 모든 정치파행의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개헌론을 꺼냈다.

◇'청청여여야야론'…"100%국민의 대통령, 어머니 같은 대통령 원해" = 문 위원장은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의 '군군신신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 다우면 된다)에 빗대어 '청청여여야야론'을 역설했다.

청와대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 최고책임자로 결코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남탓을 해서는 안 되는, 외롭고 외로운 지존의 자리"라며 "국민은 (대선 당시) 반대했던 48.5%까지 껴안는 100% 청와대, 어머니 같은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리더십 변화를 요구했다.

이어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通 不通卽痛·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는 구절을 인용, 박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을 주문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대국민약속인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의 실천을 위해 박차를 가해 신뢰회복에 나서는게 100%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길,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지금의 여당은 야당 탓하는데 열중하고 반사이익만 챙기려 한다.

야당이 실수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돌팔매질한다"며 "국회의 모든 심의와 결정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듬직한 맏아들론'을 주문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제1의 책무인 비판과 견제를 소홀히 하면 정부여당의 2중대로 의심받고 존재감을 잃게 된다"며 '강력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을 내세우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이상 안 된다.

발목잡기, 트집잡기, 딴죽걸기는 이제 그만두고 잘한 것은 과감히 칭찬하고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새로운 면모를 다짐했다.

문 위원장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강조하며 "혁신의 본질은 실천으로,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과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